[광화문에서/이헌재]36시간 단식과 소식, 미컬슨-이승엽의 성공비결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1-06-02 03:00수정 2021-06-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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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국민 타자’로 불렸던 이승엽(45·은퇴)은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대식가였다. 밥심으로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린다는 말도 있었다.

그의 식습관은 일본 진출 이후 바뀌었다. 일본 진출 첫해인 2004년 14홈런의 부진을 보인 게 계기였다. 수준 높은 일본 야구에서 홈런을 치려면 날렵함은 유지하면서 힘은 세져야 했다. 결론은 식이요법이었다. 즐겨 마시던 탄산음료를 딱 끊었다. 좋아했던 인스턴트 라면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김치는 물에 헹궈 먹었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이듬해 이승엽은 30개의 홈런을 날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해 일본시리즈 정상에도 올랐다.

소식(小食)과 건강한 음식, 그리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선수 생활 내내 이어졌다. 이승엽이 음식에 대한 봉인을 해제한 것은 은퇴를 예고한 2017년이었다. 프로 인생 마지막이었던 그해는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었다. 눈에 띄는 성적 변화가 있었느냐 하면 그렇진 않았다. 은퇴 시즌 그는 24홈런을 쳤다. 2016년(27개), 2015년(26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골프계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필 미컬슨(51)이 화제가 됐다.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그는 수많은 중년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그는 자신의 우승 비결에 대해 “더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 배경에는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든 독특한 식생활이 있었다.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둥글둥글한 동네 아저씨 같았던 미컬슨은 요즘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는 그날 전 선수를 통틀어 최장타인 366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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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컬슨의 신체 개조의 핵심은 단식이다. 그는 일주일에 36시간, 즉 하루 하고도 반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몇 달에 한 번씩은 사흘 정도 단식한다. 2019년에는 엿새 동안 물과 커피만 마시며 7kg가량을 뺀 적도 있다. 그는 “내 몸에 리셋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더 적게 먹지만 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 한다. 먹는 기쁨을 ‘희생’해야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몸이 좋아지면서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아진 몸을 바탕으로 그는 고강도 체력 훈련을 한다.

한편으로는 결과론일 수 있다. 단식을 하지 않았더라도 미컬슨 정도의 선수라면 언젠가 한 번은 더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승엽이 마지막 해에 먹을 거 다 먹어가며 남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냈던 것처럼.

정작 이승엽은 이렇게 설명했다. “식생활을 포함해 야구에 모든 걸 바쳤을 때 내겐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느슨해졌을 땐 좋은 성적이 나고 있어도 마음이 불안했다”라고. 이젠 맘대로 먹고 즐겨도 되지만 이승엽은 요즘도 ‘건강한’ 음식을 ‘적게’ 먹으려 노력한다. 덕분에 매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리일지 모른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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