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족제도 변화, 시대적 조류지만 충분한 논의 필요하다

동아일보 입력 2021-04-29 00:00수정 2021-04-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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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할 가족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그제 발표했다. 법률상 가족의 범위를 확대해 동거 및 사실혼 가정, 노인 동거, 학대아동 위탁가정 등도 가족에 포함시키고,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은 결혼과 혈연, 입양에 의한 가족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가족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가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전형적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9.8%로 1인 가구(30.2%)보다 적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커지면 정책에 빈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을 바꾸려면 진통이 불가피하다. 종교계에서는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 및 윤리관과 어긋난다”고 밝혔고, 개신교 연합체 한국교회총연합도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성계 등에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만큼 가족정책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민감한 이슈다. 연령과 성별에 따른 인식의 차이도 있어서 자칫 세대 갈등, 젠더 이슈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때문에 폭넓은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제도 변화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근간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가족정책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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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제도 변화#논의#시대적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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