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재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사진)와 그 유명한 마지막 스틸 컷을 떠오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 속 비무장지대 관광객이 신나서 찍은 사진엔 판문점 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경비를 서는 남북 병사들이 나온다. 제3자가 보기에는 삼엄한 분위기 속의 남남들이지만, 알고 보면 그중의 몇 명은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으며 나중에 비극적 사연으로 얽힐 남북한의 병사들이다.
박상연 작가의 장편 소설 ‘DMZ’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한 초소 군인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드라마다. 비무장지대의 갈대밭 수색 중에 지뢰를 밟아 부대에서 낙오된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전사 정우진(신하균)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 그 후로 계속 마주치게 되고 달밤에 편지를 던져서 교환하다가 이 병장은 결국 분계선을 넘어 생명의 은인을 만나러 가기까지 한다.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된 이들은 북한군 초소에서 초코파이를 나눠 먹으며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함께 듣던 중 다른 북한군에게 들키는데, 오랜 세월 학습된 공포와 적대감이 반사적으로 발동되어 결국 총격전이 벌어진다. 정우진은 죽고, 오경필과 이수혁은 총상을 입는다.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며 제작사 명필름의 ‘웰메이드 영화’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난 기록적 흥행작이었다. 당시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탁월하게 발휘한 작품으로, 200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국제적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그 후로 거의 21년이 흐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입대하고, 군 생활을 하다 제대를 했을까 싶다. 그동안 사건사고로 남북 분단의 현실은 변하는 듯 변하지 않고, 해외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이하기만 하다. 사실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노래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어도 학습된 공포와 적대감은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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