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원전 오염수 방류‘쇼’에 분노하는 日주민들

김범석 도쿄 특파원 입력 2021-04-02 03:00수정 2021-04-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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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지지율 추락 멈추면서 오염수 방류로 선회
국제 이해 구하기 전 자국 주민 불신부터 해소해야
김범석 도쿄 특파원
“오염수, 조만간 방류 결정이 내려질지도 몰라요.”

최근 만난 소식통으로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쌓여 있는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결정이 ‘머지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오염수 처리 총괄 부서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의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분간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1원전을 소유한 도쿄전력은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란 장치로 오염수를 여과해 보관 중이다. 하루 발생량이 6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이상 줄었고 오염수의 한계치(137만 t)에 달하는 시점도 내년 여름에서 가을경으로 늦춰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중순 “일본 정부가 바다 방류 방침을 굳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 이후 반대 여론이 나타나 최종 결론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식통은 최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것을 예로 들며 “반발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서서히 퍼지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각 출범 당시 74%였던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흡 등으로 지난해 말에는 30%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교도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지난달 21일)에서는 42.1%로 한 달 전보다 3.3%포인트 상승했고 가장 최근 여론조사(지난달 29일)인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45%까지 올랐다. 백신 접종 시작 이후에는 40%대를 유지할 정도의 ‘콘크리트층’이 형성됐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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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현 정부를 불신하는 일본인도 많다. 지난달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식에서 정부 인사들은 “1년을 기다렸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반면 길거리 성화 봉송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감회를 묻는 기자에게 “올림픽 행사 비용을 주민 건강에 써 달라” “정부에 좋은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등 싸늘한 답을 건넸다.

후쿠시마 현지에선 ‘부흥 올림픽’이라는 마케팅에 후쿠시마가 이용당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칸센을 타고 도쿄 총리관저까지 와 오염수 바다 방류 반대 시위를 벌인 한 주민은 최근 기자에게 “‘먹어서 응원하자’ 같은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캠페인도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닌 올림픽 때문이었다.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노했다. 도바 후토시(戶羽太)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시장은 “(바다 방류는) 말도 안 되는 일이어서 우리 주장을 전달하고 싶은데 (정부로부터) 어떠한 대화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에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바다 방류만 강조하지만 그 외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원전 전문가는 제1원전 내 빈 공간을 활용한 오염수 저장 탱크의 추가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도쿄전력은 폐로 작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최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의 온라인 회담에서 오염수 처리 과정의 안전성을 국외에도 알리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내부 소통조차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쇼’라며 허탈해하는 주민들의 불신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김범석 도쿄 특파원 bsism@donga.com
#원전#오염수#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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