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제2위안부합의’ 나올까… 우려하는 공무원들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3-29 03:00수정 2021-03-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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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정권 바뀌기 전까지 잘된 합의라고 쓰다가 문제가 많은 합의라고 말을 바꾸려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만 해도 외교부 직원들은 국회 답변 자료에서 합의의 의미를 앞다퉈 홍보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180도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다. 전 정권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해도 문제는 실무 직원들이었다. 외교부 직원들은 졸지에 국회 대정부 질문을 비롯해 각종 국회 자료에서 위안부 합의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에게 합의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 자료를 내라 하니 특히 젊은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위안부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 중에는 스스로 “적폐청산 대상이 됐다”며 자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올해 1월 상황이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한일 관계 복원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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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은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임기 말 시간에 쫓겨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일본과 새로운 합의를 하면 또 다른 위안부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다음 정부에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또다시 부정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임기 중반 부처들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보려 할 때는 청와대가 소극적이다가 임기 말에 갑작스럽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대위변제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이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에 나중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은 채 우리 기업들이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가는 자칫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처럼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책임 있게 내놓지 못하는 한 실무자들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합의에서 약속한 사죄의 진정성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보이지 않은 것은 분명 큰 문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는 문제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작 일본에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고 이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말 실무진에게 새 해법에 대한 의욕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현 정부가 졸속이라 비판한 위안부 합의도 지금 조 바이든 미 행정부처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던 시기에 나왔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위안부 합의#외교부#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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