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현실화, 깜깜이 기준, 산정 오류… 신뢰 잃은 공시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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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국 평균 19%나 인상한 후폭풍이 거세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급등하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27만 명의 보험료까지 오르는데도, 공시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7.91%로 서울(3.01%)의 갑절이 넘었다. 하지만 발표된 공시가격 인상률은 서울(19.91%)과 부산(19.67%)이 비슷했다. 제주도의 경우 작년 아파트값이 1.17% 내렸는데도 공시가격은 1.72% 인상되자 원희룡 지사가 “산정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깜깜이’로 오른 가격만 내놨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정부는 공시가격과 아파트 시세를 모두 한국부동산원이 평가하기는 하지만 산정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납세자들로서는 계산 방식과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수긍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감사원이 전년도 단독주택,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분석해 오류 144만 건을 찾아냈을 정도로 공시가 산정의 부정확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산정에 참고한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상세한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불만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집값에 따라 공시가격을 2025∼2030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무리해 보인다. 같은 단지 아파트도 향과 층에 따라 10%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데다 집값이 항상 오르기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화율을 80%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일 경우 일부 단지에서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이미 78.3%로 80%에 다가선 상황이어서 조만간 이런 문제가 실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인상으로 공시가격 6억 원이 넘는 112만 가구는 재산세가 오르거나 종부세 부과 대상(공시가격 9억 원 초과)이 되면서 수십만∼수천만 원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공시가격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조세 저항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산정 기준을 하루빨리 투명하게 공개해 불신을 걷어내야 한다. 공시가격 인상 속도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 능력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실화#깜깜이#산정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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