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감사 담은 음악 자서전[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1-02-27 03:00수정 2021-02-27 04:0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9〉 다프트 펑크―Giorgio by Moroder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프랑스의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해체를 선언했다. 다프트 펑크는 전자음악계의 아이콘 자체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였고, 동시에 프랑스를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별 방식마저 지극히 다프트 펑크다웠다.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감사의 인사도 전하지 않은 채 영상 하나로 해체를 선언했다. 웬만한 뮤직비디오보다 멋진 영상과 음악으로 작별을 고했다.

1993년 결성해 27년간 활동하며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다섯 개의 상을 받던 때가 음악 인생의 절정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을 로봇이라 설정하고 헬멧을 쓰고 다니느라 비록 시상식장에선 말 한마디 못 하긴 했지만. 이들에게 영광의 순간을 있게 해준 네 번째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는 다프트 펑크를 상징하는 명반이다. 다프트 펑크를 스타덤에 올린 2집 ‘디스커버리’의 우수함도 빼놓을 수 없지만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는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다.

그 많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디스코 밴드 시크(Chic)의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와 전자음악의 거장 조르조 모로더 같은 대선배를 작업에 ‘모셔온’ 것이다.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 자체가 자신들이 편견 없이 들어온 옛 음악에 헌사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동안 해오던 작업과 달리 실제 악기로 새로운 형태의 전자음악을 만들려 했고 나일 로저스 같은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그래서 더 중요했다.

나일 로저스는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60대 기타리스트의 감각은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고, 세계인의 히트곡이 된 ‘겟 러키’ 같은 노래에서 퍼렐 윌리엄스의 보컬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첨단음악을 한다는 듀오의 음악을 통해 과거 음악가가 새롭게 조명받았다.

주요기사
그런 의미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노래는 ‘조르조 바이 모로더’다. 한국인에겐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만든 작곡가로 유명한 조르조 모로더는 세계에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자음악가 및 영화음악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다프트 펑크의 두 멤버는 존경해온 음악가의 구술을 녹음해 음악으로 만들었다. “내가 15∼16세였을 때쯤”이란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조르조 바이 모로더’는 9분짜리 음악 자서전이다. 이보다 더한 존경과 감사는 없을 것이다.

다프트 펑크 해체를 보며 새삼 놀란 건 이들이 이미 30년 가까이 활동해왔다는 사실이다. 동시대를 함께 보낸 아티스트다 보니 내가 나이를 먹는 건 생각하지 않고 이들은 계속해서 청년인 것만 같았다. 다프트 펑크는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를 통해 과거와 전통에 대한 존중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약 30년 뒤 후배들이 또 다른 다프트 펑크의 음악 자서전을 만드는 상상을 하며 또 한 번 ‘조르조 바이 모로더’를 듣는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다프트 펑크#해체#프랑스#전자음악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