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몰린 스몰 車3사 일자리 사라지는 ‘진짜’ 위기[광화문에서/이상훈]

이상훈 산업1부 차장 입력 2021-02-17 03:00수정 2021-02-1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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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산업1부 차장
한때는 작지만 강한 회사들이었다. 2000년대 중반 회사채 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본드) 단계로 떨어지며 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살린 건 스파크 등 GM대우(현 한국GM) 소형차 라인업이었다. 르노삼성 SM 시리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인 품질 경쟁 신호탄을 쐈다. 쌍용 체어맨은 ‘회장님이 타는 차’로 불리며 부의 상징으로 꼽혔다.

영광의 뒤안길은 초라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들 3사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지 오래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국산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동안 이들의 내수 점유율은 각각 5% 안팎까지 떨어졌다. 고급 수입차 메이커가 치고 올라오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과거 쏘나타와 SM5, 말리부 중 하나를 선택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수입차와 제네시스를 놓고 고민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외국계가 대주주다. 한국에서는 중요한 산업 기반이지만 대주주에게는 ‘경쟁력이 떨어지면 없앨 수도 있는’ 변방의 공장이다. 애플카 개발·생산을 놓고 현대자동차그룹에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계열사 주가가 들썩이는 동안 이들에게는 감산 연장(한국GM), 구조조정(르노삼성), 기업회생 절차 갈림길(쌍용차) 등 우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당장 어느 공장 한 곳이 폐쇄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이대로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사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임원 40%가 퇴직한 르노삼성은 모회사에서 “경쟁력 향상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한국GM은 그나마 수출 숨통이 트였다지만 허약한 체질이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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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자율주행 등 자동차 업계에 부는 혁신의 물결은 이들에게 넘기 어려운 쓰나미급 위기에 가깝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각각 300억 원대 과징금을 낼 위기에 처했다. 내연 기관차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이들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부진은 당장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오늘의 고통이다. 이미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쌍용차는 협력사 납품 거부로 차량 생산 중단이 현실화됐다. 외국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 미국 포드사는 브라질에 진출한 지 102년 만인 올해 모든 브라질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올 연말 닛산 공장이 문을 닫는다. “뭐든 할 테니 제발 폐쇄만은 말아 달라”는 스페인 정부 요청에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지만 미래를 장담하긴 힘들다.

당장 ‘스몰 3사’가 글로벌 빅 메이커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과거처럼 국책은행이 수천억 원씩 지원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졌다간 한국 경제 전체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올 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98만 명 감소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를 겪고 있다. ‘경쟁력 없는 일자리, 사라져도 그만’이라며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벼랑#스몰#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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