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의 세계, 물고기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2〉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0-11-13 03:00수정 2020-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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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남해도의 어촌을 조사하던 2012년 여름. 정치망(물고기가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기 어렵게 만든 어구)에 잡힌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동행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그물을 올리자 잔뜩 잡힌 멸치 속에 80cm 내외의 물고기 대여섯 마리가 섞여 있었다. 선장은 ‘돈 되는 건 두 마리밖에 없네’라며 혼잣말을 했다. 필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항구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주민이 ‘부시리’ 잡혔으면 자신이 사겠다며 달라고 했다. 선장은 부시리와 함께 덤이라며 똑같이 생긴 물고기 한 마리를 더 줬다. 주민은 힐끗 보더니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며 부시리만 가져갔다. 그때까지 부시리와 방어를 구별하지 못하던 필자의 눈에는 똑같이 생긴 물고기였다.

“숭어와 가숭어, 조기와 부세, 밴댕이와 반지, 웅어와 싱어, 병어와 덕대, 참돔과 황돔, 꼼치와 미거지, 학꽁치와 동갈치, 붕장어와 갯장어, 고등어와 망치고등어, 민어와 점성어, 망상어와 인상어, 문절망둑과 풀망둑….”

대중적인 물고기이지만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생김새보다 이름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종류가 다른 물고기가 동일한 명칭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민어조기’가 대표적인 예다. 민어조기라는 물고기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민어조기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류의 생선이 판매되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 연안에서 잡히는 ‘영상가이석태’, ‘세네갈가이석태’, ‘대서양조기’ 등이 민어조기로 유통되고 있다. 뾰족한 모양새를 따서 뾰족조기라고도 한다. ‘긴가이석태’는 조기류로 뒷지느러미에 침이 있어서 ‘침조기’로 유통된다. 이들 어종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외형과 맛이 민어조기라 불리는 물고기와 유사해 명명됐다. 원래 민어조기는 민어 새끼를 조기처럼 말린 것을 의미했으나, 종류가 계속 늘고 있다.

사람들을 더 혼돈에 빠지게 하는 물고기는 ‘숭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숭어는 크게 ‘숭어’와 ‘가숭어’다. 지역마다 개숭어, 참숭어, 보리숭어, 밀치 등으로 부른다. 가숭어를 참숭어라 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개숭어라 부르는 곳도 있다. 여기서 ‘참’은 저기서 ‘개’가 붙기도 하고, 반대로 여기서 ‘개’가 저기서 ‘참’이 되기도 한다. 부산·경남에서는 가숭어를 밀치라 한다. 따라서 개숭어, 참숭어, 보리숭어, 밀치라는 이름에 현혹되면 숭어와 가숭어를 구별하기 어렵다. 눈동자에 노란색 테두리가 있는 ‘가숭어’와 검은색 눈동자의 ‘숭어’로 구별하는 게 편리하다. 또한 숭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모치, 동어, 글거지, 애정어, 무근정어, 애사슬, 무근사슬, 패, 미렁이, 나무레기, 덜미 등으로 구분하는데 어촌마다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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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람들은 강화 바다에서 잡히는 밴댕이를 밴댕이로 알고 있으나 밴댕이가 아니다. 멸칫과에 속하는 ‘반지’, ‘풀반지’, ‘풀반댕이’다. 실제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며, 남해안 일대에서 흔히 ‘디포리’라 불리는 어종이다. 주로 국물용이나 젓갈을 담가서 먹는다. 크기가 작고 잔가시가 많아서 회로는 먹지 않는다. 반면 강화도에서 밴댕이로 불리는 반지 등은 회, 구이, 젓갈로 이용된다. 물고기 이름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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