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주변에 무슬림은 없다[광화문에서/김윤종]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0-11-13 03:00수정 2020-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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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파리 특파원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가 화제다. 프랑스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국가에서 조회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미국 시카고에 살던 20대 여성 에밀리가 프랑스 파리에 와서 겪는 문화 차이와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인기가 높다 보니 프랑스 관광청이 드라마 속 장소를 홍보하고 나섰을 정도.

그런데 흥행만큼이나 질타도 많이 받고 있다. 르파리지앵, BBC 등은 “드라마 속 파리는 사랑과 낭만만 넘치고, 프랑스인들은 모두 거만하거나 우아하다. 뻔한 클리셰(예술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가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드라마를 본 프랑스 지인들도 “이쯤 되면 SF”라고 비꼬았다.

‘왜 드라마 속 파리에는 백인만 사느냐’는 이야기도 현지에서 자주 나온다. 주인공 에밀리의 수많은 주변 인물 중 비(非)백인계는 회사 동료(흑인)와 친구(중국인) 딱 2명이다. 거리, 공원, 식당 등 배경에도 대부분 백인만 보인다. 특히 프랑스에서 태어난 무슬림 이민자 2, 3세대들은 “파리에 사는 수많은 무슬림을 ‘화이트워싱(백인화)’했다”, “서방의 편향, 차별된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며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 기준 프랑스 인구(6700만 명)의 9%가 무슬림이다.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면 비백인계가 더 많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드라마를 놓고 정색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나아가 유럽 상황은 이런 지적이 나올 만큼 사회적 긴장감이 커진 상태다. 1개월 사이 프랑스 교사 참수 테러, 니스 성당 테러, 오스트리아 빈 테러가 연이어 터졌다. 테러범이 무슬림 청년으로 확인되면서 이슬람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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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무슬림 마후무드 씨는 기자에게 “무슬림이 모두 테러범은 아닌데, 지하철을 타면 경계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반면 백인계 줄리아 씨는 “무슬림이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는 주로 무슬림”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13일 회원국 간 이동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을 개정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유럽 사회와의 통합에 거부하는 이민자를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노골적인 반(反)프랑스·유럽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중세부터 이어진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의 분쟁을 근원으로 한 ‘문명 충돌’이기 때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극단은 피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최근 확산되고 있다. 테러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만난 40대 미셸 씨는 “갈등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단체의 자양분이 된다. 분노를 멈추자”고 외쳤다. 대학생 장피에르 씨는 “거창한 사회 통합 정책보다는 퇴근 후 드라마 한 편 보듯,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봐도 테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2에서는 현실 속 파리처럼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길 희망한다는 파리 시민들의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요즘 자주 보인다. 작은 변화가 큰 변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에밀리#무슬림#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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