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혁신도시” 지정 넘어 “균형발전” 완성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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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충남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필자는 11년 전인 2009년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22일간 단식투쟁을 한 일이 있다.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소신 때문이었다. 삭발을 하고 체중이 14kg나 빠져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만큼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국가 균형발전을 바라는 일념 하나로 벌인 단식농성이었다. 그 당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다짐했던 것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명분과 대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까지 그때의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옳은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충남이 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도지사가 되고 혁신도시를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20만 도민의 힘을 함께 모으며 마침내 3년 6개월 만에 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돌아보면 먼 길을 달려왔다. 곳곳에 암초가 있었고 순간순간 고비도 많았다. 어려울수록 충남의 힘은 강했고 도민은 단결했다. 결국 A4용지 7만5000장 분량의 100만 서명으로 한데 모아졌고 특별법 개정안 통과 등 국회와 정부의 공감대를 얻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도민 두 명 중 한 명이 서명해 법의 정당한 실현을 주도한 충남의 사례는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충남의 혁신을 대한민국의 혁신으로 이어가야 할 시점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된 지 16년 만에 전국 지방정부에 모두 혁신도시가 지정된 만큼 대한민국의 진정한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국가 대전환의 출발은 지역 균형발전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51.8%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고, 상위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몰려 있다. 교육과 의료, 문화와 경제, 입법부와 사법부가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지방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서울은 집중의 폐해에 시달리고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집중의 폐해를 더 잘 알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국가발전은 분권과 분산에서 출발해야 하고 균형발전 전략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기본정신으로 지역균형을 선포했다. 각 지역의 색깔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나라가 되어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충남 혁신도시 지정은 충남이라는 지역의 이익을 넘어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구상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희망이 되도록 충남이 혁신도시를 보다 큰 틀에서 그려 나갈 것을 다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것이 바로 세종시 출범과 혁신도시를 처음 구상했던 ‘국가균형발전시대’ 선포의 진정한 정신이며 정부의 국정 목표인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적 대의 앞에 늘 앞장서 왔던 충남이 대한민국의 더 큰 미래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임을 다짐해 본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혁신도시#균형발전#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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