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제주 김녕해변… 바다부터 산까지 훌쩍 드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6일 01시 40분


[토요기획] 전국 관광도로 6곳 지정… 자연-역사-문화 갖춘 도로 6곳 소개
지리산 풍경길서 고택 머물며 힐링… 무주 자연품길엔 암벽 두른 적상산
100km 강원 별 구름길 태백산 설경, 제주 숨비해안로엔 탁 트인 바다가
전남 백리섬섬길 따라 다도해 감상… 청풍호-월악산 비경 제천 청풍경길

《국토부 첫 선정 관광도로 6곳 가볼까

전남 백리섬섬길, 강원 별 구름길, 충북 청풍경길….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국의 관광도로 6곳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자연과 역사, 문화를 모두 품은 이 길들로 드라이브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연말이 다가오면서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바다나 산을 보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때때로 내려 다양한 풍경과 유적지를 둘러보며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우수한 자연 경관과 풍부한 역사,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국의 6개 도로가 관광도로로 지난달 선정됐다. 2024년 10월 관광도로 제도가 생긴 이후 첫 지정이다.

6개 도로는 제주 ‘구좌 숨비해안로’(24.7km), 경남 ‘함양 지리산 풍경길’(59.5km), 전북 ‘무주 구천동 자연품길’(12km), 충북 ‘제천 청풍경길’(12.9km), 전남 ‘백리섬섬길’(23km), 강원 ‘별 구름길’(100km)이다. 후보지 35곳 중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평가위원회와 도로정책심의위원회가 선정한 도로들이다. 관광, 도로, 교통, 역사문화, 지역계획, 경관 등 6개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곳을 관광도로로 선정했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도로 주변 편의시설을 정비하는 등 주변을 관리하고 지역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도로 여행에 유용한 휴게시설 정보와 지역축제 및 먹거리, 교통 접근성 등 관광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정보도 체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관광도로를 달리며 여행객들이 즐길 만한 코스를 알아봤다.

● 국립공원 자락 따라 사계절 풍경 즐기기

함양 지리산 풍경길은 지리산을 따라 대표 관광지들이 이어져 있는 도로다. 뱀이 지나간 듯 S자 도로가 이어진 오도재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적도 있다. 이 길은 해발 1915m의 지리산 천왕봉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지리산 조망공원도 품고 있다. 또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공원도 있다. 120여 종의 나무 약 2만 그루가 21만 ㎡에 분포해 있어 ‘천년의 숲’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연꽃을 비롯해 사시사철에 맞는 꽃들을 볼 수 있다.

함양 중심에 위치한 개평한옥마을에서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머무르며 전통혼례복 체험 등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개평한옥마을은 조선 전기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꼽히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을 비롯해 많은 전통가옥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인근에는 농월정, 동호정, 거연정 등 수많은 정자가 지어져 있는 화림동 계곡도 있다. 반석과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겼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주 구천동 자연품길은 라제통문에서 덕유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전북 내륙의 대표 도로다. 라제통문은 무주의 덕유산과 석모산 사이에 있는 높이 3m, 길이 10m 석굴문으로 무주 구천동 33경 중 제1경이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이루던 곳으로 추정되고 굴이 생기기 전에 석모산은 무풍면과 설천면을 오가던 사람들이 넘어 다니던 고갯길이 있었다고 전한다.

자연품길을 따라 가다 보면 덕유산뿐만 아니라 적상산도 볼 수 있다. 적상산은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절벽 주변에 빨간 단풍나무가 많아서 가을철이면 마치 온 산이 빨간 치마를 입은 듯하다고 하여 적상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가을철 단풍 구경을 하러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이 산은 해발 1030m로 천일폭포, 송대폭포, 장도바위, 장군바위, 안렴대 등의 명소를 품고 있다. 도보 산행뿐 아니라 차를 가지고도 산정호수와 안국사 입구까지 오를 수 있어 어르신이나 아이들과 함께 떠나기에 좋은 길이다.

강원도 별 구름길은 정선군 정선읍에서 시작해 삼척시 도계읍까지 100km에 달하는 길이다. 특히 태백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코스다. 태백산 국립공원에는 여우, 담비, 개병풍 등 멸종위기종 22종과 천연기념물 10종(열목어, 붉은배새매 등)을 포함해 총 2637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태백산 정상부에는 고산식물이 많이 자생하는데, 특히 국내의 대표적 주목(朱木) 군락지로 유명하다. 봄이면 산철쭉, 진달래의 군락지가 등산객을 맞이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과 차가운 계곡물이, 가을엔 단풍, 겨울은 흰 눈으로 뒤덮인 설경을 볼 수 있다. 또 태백산 천제단 등 지정문화유산 3점을 포함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다.

과거 석탄산업의 흔적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관광지들도 볼 수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탄광촌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생활사 박물관이다.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그리고 한양다방 등 이곳에서 장사하던 가게들이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전시장으로 남아 있다.

● 탁 트인 바다, 호수 보며 드라이브 만끽

제주 구좌 숨비해안로는 동부 해안의 절경과 해녀 문화가 잘 어우러진 특화 도로다. 해안가로 이동하다 보면 김녕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총면적 4만9000㎡, 백사장 길이 200m, 너비 120m 규모 해변이다. 하얀 모래와 코발트빛 파도가 어우러지면서 이국적인 느낌도 준다. 해변가에서는 멀리 풍력발전기들도 관찰할 수 있다. 특이한 지형으로 지질트레일도 조성돼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도보길이다. 맑은 바닷물과 함께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요트투어도 유명하다.

김녕마을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다양한 체험활동도 즐길 수 있다. 40년 이상 경력의 현역 해녀들과 함께하는 물질체험을 통해 해녀문화에 대해 배우고 물질 비법을 전수받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주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된 별방진도 들를 수 있다. 별방진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마을에 세운 9진성 중 하나로, 성벽 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바닷가 마을 풍경에 반하게 된다. 제주 성곽들 중에서도 성벽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라 이 지역의 성 쌓는 방법과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도 여겨진다.

백리섬섬길은 전남 고흥군 영남면부터 여수시 화정면까지 국도로 이어져 있다. 백리섬섬길을 따라 달리면 현재 기준으로 6개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의 절경과 야경, 노을이 일품이다. 기점 근처의 팔영대교를 시작으로 적금대교, 남도대교, 둔병대교, 화양조발대교, 백야대교를 지난다. 현재 공사 중인 화태∼백야 구간 5개 다리를 준공한 뒤에 추가로 관광도로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백리섬섬길 바닷길 중에서도 여자만은 여수, 순천, 고흥, 보성 바다를 아우르는 큰 만으로, 여수반도 서쪽에 있어 해넘이 명소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아닌 팔영산을 비롯한 고흥반도의 크고 작은 산 사이로 해가 사라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자만 해넘이 전망대에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섬들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조발도도 볼 수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엔 ‘말의 등처럼 평지 없이 얕은 구릉이 이어져 있으며 아침 해가 일찍 떠서 밝게 비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조발도에 위치한 전망공원에 오르면 여수와 고흥 사이 5개 해상 교량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제천 청풍경길은 청풍호를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로 전망대, 쉼터, 자전거도로도 함께 조성돼 있다. 도로를 달리다가 더 가까이 호수를 보고 싶으면 청풍호 유람선을 타고 즐길 수도 있다. 청풍호에는 충주댐 충주나루, 월악산 비경 아래의 월악나루, 청풍문화재 단지 인근의 청풍나루, 단양팔경의 구담봉, 옥순봉이 있는 장회나루, 단양읍의 단양나루 등 총 5개의 유람선 선착장이 설치되어 있다.

인근의 청풍문화재단지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다목적댐 공사가 시작되면서 물에 잠기게 된 청평지역 문화재를 한곳에 모으기 위해 조성됐다. 단지에는 향교, 관아, 민가, 석물군 등 43점의 국가유산을 옮겨 놓았는데 민가 4채 안에는 생활 유품 16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고려 때 관아의 연회 장소로 건축된 청풍 한벽루와 청풍 석조여래입상 등 보물 2점과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인 팔영루, 조선시대 청풍부 아문인 금남루, 응청각, 청풍 향교 등 건축물 및 옛 도호부 시대의 부사나 군수의 송덕비, 선정비, 열녀문, 공덕비 등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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