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작별 택한 추신수[현장에서/황규인]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입력 2020-09-30 03:00수정 2020-10-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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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걸친 텍사스 생활을 감동적인 마지막 플레이로 장식한 추신수. 동아일보DB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한 손으로 방망이를 드는 것도 어려웠다. 오늘 복귀전을 치르는 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8)는 8일 안방 시애틀전에서 오른손 손목을 다쳤다. 4~6주 진단이 나왔다. 여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추신수는 28일 이번 시즌 문을 연 안방 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이번 시즌 최종전에 출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날은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계약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추신수는 “나는 사실 대타로 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너는 우리 팀 최고의 1번 타자였다. 당연히 선발 출전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타석에 들어가는 동안 구장 전광판에 가족이 비쳤다. 구단 특별 초청으로 관중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가족이 야구장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추신수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 중인 ‘추신수 일기’에 “아내가 텍사스 입단식 때 입었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걸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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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타자 추신수를 상대로 상대 팀 내야진은 1루 쪽으로 치우치게 수비 위치를 잡았다. 추신수는 휴스턴 선발 투수 체이스 데종이 던진 두 번째 공을 3루 쪽으로 굴린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1루심 판정은 세이프. 베이스를 밟는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 통증을 느낀 그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때린 771번째 안타를 뒤로한 채 교체됐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트레이너와 클럽하우스 관리인까지 모두 손뼉을 치고 포옹을 하며 베테랑을 예우했다. 추신수는 “구단 관계자가 ‘이렇게 텍사스에서 오래 뛴 선수는 아드리안 벨트레(41)와 나 둘뿐이라고 하더라. 매년 트레이드설이 나오기는 했지만 나는 한 팀에서 7년을 뛴 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한 팀에서 그저 오래 뛰었다고 이런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추신수는 코로나19로 모든 마이너리그 일정이 중단되자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을 선물했다. 추신수는 이 공로로 그해 사회 공헌에 가장 앞장선 선수가 받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추신수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품격이란 무엇인지 증명할 줄 아는 선수였다.

내년에 추신수가 어떤 팀에서 뛰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더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꺼지기 전에 가장 밝다는 촛불처럼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남긴 마지막 모습은 많은 팬들 가슴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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