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야 한다는 실세차관과 집권 후반기의 북핵 시간표[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0-09-21 03:00수정 2020-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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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저는 오래가야 합니다.”

‘실세 차관’으로 불리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취임 뒤 외교부 간부들과 만나 한 얘기라고 한다. 그는 남북관계의 독자노선을 중시하는 ‘자주파’로 불려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던 그가 차관에 임명됐을 때 외교부는 출렁였다.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에 최 차관을 보내 군기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기자들을 만나서는 “정권 후반기로 가면 동력이 약해지니 그 부분에서 일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오래가겠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반 남은 상황에서 차관을 끝까지 해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46세)라 차관 임기를 마친 뒤에도 시간이 많아 남아 있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외교관들과 척지지 않겠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지금 그는 외교 사안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강조하면서 간부들과 이견을 나타낼 때도 있다고 한다. 미국과 ‘동맹대화’라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려는 것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남기도록 속도를 내려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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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는 청와대 등 현 정부 외교안보 핵심 라인의 마음을 타게 만들고 있다. 11월 미 대선 전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남북대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을 시도했으나 정통한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남측 것은 받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미 간 대화의 창이 다시 열릴 수 있다. 북한이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까지 내부를 다진 뒤 어떤 대외전략 기조로 나올지도 변수다.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이면 한국은 차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다. ‘케미스트리’에 기댔다가 하노이에서 실패한 북-미 정상회담의 재판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정권 인사들은 북핵,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정부의 유산을 남겨야 한다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외교통일안보 부처들에서는 “집권 세력이 북한 문제 해결의 시간표를 1년 반으로 보는 것 아니냐.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인식의 차이들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는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에 양보해도 정교하게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처럼 가치가 높은 협상 칩을 헐값에 북한에 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 방식에 다시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도 중요하지만 북핵 해결의 계기를 다시 잡으려면 전문성 있는 관료들과 공통분모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그런 호흡은 더 중요하다. 미 대선, 당 대회 뒤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움직일 것이다. 그때 청와대가 길게 보고 진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 차관 같은 개인이 오래가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훨씬 중요할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실세차관#집권#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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