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김현미?[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7-02 03:00수정 202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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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데가 아니라 걱정한 데로 가는 집값
틀어막는 것이 능사 아니고 물 흐르듯 해야
김광현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이 채 안 된 2018년 2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교육 문제가 아닌 주택 문제였다. 한 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집값 상승 덕을 본다”면서 “거주하지도 않는 대치동 아파트를 왜 가지고 있느냐”고 따졌다. 김 부총리는 “팔려고 했는데 안 팔린다”고 답변했다가 “거짓말하지 마라. 어제 부동산에 갔다 왔는데 매물이 없어 난리더라”라는 면박만 들었다.

결국 김 부총리는 다음 달인 3월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94.49m²)를 시세보다 1억5000만 원 낮은 급매로 23억7000만 원에 팔았다. 최근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35억 원이다. 김 부총리는 그해 9월 물러났다. 가정이지만 6개월만 집을 안 팔고 버텼더라면 최소 11억 원의 금전적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택 처분 권고에도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공직자들이 솔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의 전례도 있고 보면 팔자니 더 오를 것 같고, 안 팔자니 미운털이 박힐 것 같고 당사자와 부인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집값 하락이 확실하고 반등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면 판단력 빠른 청와대 참모들이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가 팔지 말라고 해도 팔 것이다. 집 파는 행위가 마치 희생인 듯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재촉하는 것이 당분간 집값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신호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6·17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 잠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해가 지도록 계약서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 가격이 올라갈 것이니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사두자는 수요가 밀렸기 때문이다. 거래허가제라는 극약 처방이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 인상을 보증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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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간에 청와대와 여당에 미운털이 박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경제 문외한이 경제 사령탑이 된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말도 안 되는 괴담(怪談)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후 김 장관이 잇따라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의 부족한 점을 손봐야 할 점이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괴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리 실세 장관이라고 해도 주택의 수급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제치고 세제를 직접 거론하는 건 드문 일이다. 보유세 인상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은행 대출 금지, 거래허가제까지 나온 마당에 사실상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경제 초보지만 집값만은 잡겠다는 김현미 장관을 경제부총리에 앉힌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골프 유머에 ‘프로는 본 데로 공이 가고, 아마추어는 친 데로 가고, 초보는 걱정한 데로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마치 부동산대책에 대한 현 정부의 의욕 과잉과 이에 비해 결과는 반대로만 나오는 초보 실력을 빗댄 말 같다.

정치는 몰라도 경제는 우격다짐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나라 경제에 부동산밖에 없다면 모르겠으나 한쪽에서 무리하면 다른 한쪽에서 반드시 부작용이 터지기 마련이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시장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잘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 치수(治水)의 기본이고 나아가 세상 이치라면 부동산대책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6·17부동산대책#김현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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