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시대’가 저문다[오늘과 내일/박용]

박용 뉴욕 특파원 입력 2020-06-27 03:00수정 2020-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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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시대
대도시들이 답해야 할 5가지 질문
박용 뉴욕 특파원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식 때 단골로 입는 202년 역사의 미국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러더스’는 뉴욕 퀸스의 수제 넥타이 공장을 8월에 닫기로 했다. 맨해튼 본점에서 약 6km 떨어진 롱아일랜드시티 공장에서 한 땀 한 땀 넥타이를 손으로 만들던 136명의 직원은 졸지에 직장을 잃을 처지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 숙련 노동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도시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을 마비시키고, 그나마 남은 제조업까지 위협하는 일자리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뉴욕 등 세계 대도시들은 보호무역주의 득세와 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이 뒤섞인 ‘칵테일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대표급’ 대도시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신(新)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가 간 이동과 교류의 통로가 좁아지는 ‘장벽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의 생활 방식이 창의성을 뿜어내는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를 부르는 뇌관이 됐다. 대도시들이 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위기에서 드러난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도시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를 지키는 일이다. 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는 50일간 지역 상점에서 5달러를 소비하자는 ‘파이브4피프티(Five4Fifty)’ 캠페인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와 시카고시는 연방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소액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메릴랜드, 뉴햄프셔, 텍사스주는 식당 주류 배달 규제를 풀었다. 말레이시아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바우처’를 나눠줬다. 모두 자영업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일들이다.


둘째,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저소득층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뉴저지주는 코로나19 실직자들과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늘어난 식료품점 등 필수업종 단기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코로나 시대 맞춤형 ‘채용 사이트’를 열었다. 재택근무와 비접촉 상거래는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겐 위기다. 호주는 기술 재교육 프로그램인 ‘마이 스킬’을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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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전한 도시를 재건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맞춰 의료진, 의약품, 보호장비를 신속하게 배분할 수 있는 기민한 행정력과 비대면 원격의료 서비스 등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에서 500개 이상의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넷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의 관광객이 회복되는 데는 5년이 걸렸다. 뉴욕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력 산업인 금융업의 위기를 겪었다. 이후 코넬대 공대 등을 세우고 스타트업과 인재를 육성하며 실리콘밸리 추격에 나섰다. 뉴욕시의 기술 분야 일자리만 30만 개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지역화와 부채 위기를 관리하는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로 생산과 소비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지역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도시 간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경기 침체와 주민 이탈로 도시의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가 진정되고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빚이 많은 가계, 기업, 도시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꼽힌다. ‘K방역’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위기를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다지는 기회로 만드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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