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속도전[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20-05-01 03:00수정 2020-05-01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지원자 5000명 대상 코로나19 백신 3단계 실험(임상 3상)을 최근 승인했다. 1단계 실험도 끝나지 않았는데 3단계를 미리 승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성’ 못지않게 백신이나 치료약의 신속한 공급이 발등의 불임을 보여준다. 전 세계 확진 322만 명, 사망 22만8200여 명(30일 집계)인 방역재난 뒤에서는 치료약과 백신 개발 전쟁이 치열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초고속(Warp Speed)’이란 작전명으로 내년 1월까지 3억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상과학 시리즈 ‘스타 트렉’에서 ‘빛보다 빠른 여행’을 의미하는 ‘워프 스피드’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에 도입됐다. 독일 바이오테크사도 지난달 12명에게 백신 후보 물질인 BNT162를 접종하는 실험에 돌입해 빠르면 올해 말까지 수백만 명에게 백신을 투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의 속도전을 보면 백신 개발에 수년이 걸린다는 말이 무색하다.

▷영국의 공격적인 백신 개발은 사망자 2만6000여 명으로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해 깎인 체면을 발 빠른 백신 개발로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다. 슬픈 얘기지만 영국은 실험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임상시험 3단계에서는 자연감염 가능성이 큰 피실험자가 많이 필요한데 한때 하루 최대 4000여 명이 확진돼 실험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것.


▷치료약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단축한 것으로 나타난 렘데시비르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줄 계획이다. 신약 개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효과는 조금 떨어져도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 약을 조금 바꿔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이다. 지난달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690여 건의 치료약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에볼라) 클로로퀸(말라리아) 칼레트라(에이즈) 리바비린(C형 간염) 우미페노비르(인플루엔자) 등이 사용됐지만 아직 ‘코로나 치료제’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무증상 감염, 완치 후 재감염 등 정체가 모호한 코로나19가 치료약 개발에도 난적임을 보여준다.

주요기사

▷국내에서도 제약회사와 벤처기업 등 10여 곳이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서울의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미국 이노비오사의 실험용 백신을 받아 40명을 대상으로 1단계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진단 시약의 신속한 개발과 검사에 이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한국이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코로나 백신#초고속#렘데시비르#약물 재창출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