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까지 덮친 코로나 쇼크, 금융으로 번질 가능성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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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간판 제조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일부 공장을 일시 폐쇄한 데 이어 해외 사업장의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산업에서 제조업과 수출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확산되는 형국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2공장이 일시 가동 중단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주 구미공장과 기흥의 반도체 사업장에서 총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공장을 폐쇄하고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1일에는 LG이노텍 구미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해당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가 80여 개국으로 늘면서 출장이 막히는 등 해외 사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GM과 합작법인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기공식을 가지려고 했으나 무산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 여파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난달 수출만 보더라도 부품 조달 문제로 생산 중단을 빚은 자동차 부문에서 16% 감소한 것을 비롯해 2월의 일별 수출액이 작년 2월에 비해 11.7% 줄었다.

이미 직격탄을 맞은 내수는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비교적 적게 잡힌 1월의 소매 판매가 전달에 비해 3.1% 줄었는데 텅 빈 식당과 영화관 등을 보면 2월 통계는 1월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신용카드 업계가 집계한 2월 1∼23일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만 봐도 1월에 비해 45%나 감소했다.

어제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 추경을 논의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신속한 편성과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추경으로 땜질하기에는 원상회복이 사실상 어려운 분야나 기업,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작년 주요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440조 원을 넘어섰고 그렇지 않아도 대출 연체율이 점점 높아가는 중이었다.

실물경제 위축에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 애로 혹은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추경 같은 일시적 처방 외에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 확대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쇼크#현대차 울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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