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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오해와 편견 없는 과학이 바이러스 물리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0-02-27 03:00업데이트 2020-03-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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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고난 극복하며 발전… 바이러스 역시 과학으로 대처 필요
종교적 편견-무지한 행동은 경계, 공포 버리고 의료시스템을 믿어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기나긴 인류 역사는 고난을 이겨내며 흘러왔다. 가장 두렵고 힘든 고난은 당연히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기에, 결국 질병과 싸우면서 이를 물리쳐 온 과정은 인류사의 큰 줄기인 셈이다. 그런데 자연 생태계에서는 어떤 종(種)의 동물이건 주어진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천적(天敵)에게 먹잇감으로 희생당하거나 혹은 질병으로 중도에 생명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어 천적은 없었다. 그러나 질병은 그렇지 않았다. 20세기 초, 즉 1900년에도 인류의 기대수명은 고작 30세였다. 이는 100명의 아기가 태어나서 절반은 영아기에 사망하고 절반은 60세에 못 미쳐 세상을 떠나는 경우다. 얼마나 희귀했으면 나이 70을 고희(古稀)라고 불렀을까? 그러나 이제는 모두 100세 시대를 이야기할 정도로 안전한 삶을 살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그 매개체를 파악한 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적군인 바이러스는 가끔씩 인류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조금은 새로운 형태여서 신종(新種)이라 부르지만 실은 이미 알고 있는 존재다. 최근의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그 형태가 마치 개기월식의 경우처럼 주변이 밝게 보여서 코로나란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우리가 이겨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이들의 정체를 밝힌 과학의 힘을 빌리면서 합리적으로 대처하면 될 일이다.

과학은 자연현상에서 갖게 되는 인간의 궁금증을 풀어내는 지적(知的)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과는 나무에서 땅으로 굴러떨어지는데 그보다 훨씬 무겁고 더 높은 곳에 있는 달은 어떻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밤낮이 바뀌고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도 이제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임을 알지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적어도 몇천 년을 고민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란 새로운 학문세계를 열면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과학의 목표가 자연의 진리를 찾는 그런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현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제거하는 소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밝힌 천문과학은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인류가 지녔던 크나큰 편견을 없앴다. 그리고 세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신이 인간 세상에 내리는 천벌(天罰)이 바로 질병이라는 아주 오래된 종교적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물리치는 일에도 오해와 편견 없는 과학적 접근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해는 진실을 감출 때 발생하는데, 이것이 질병에 관련된 경우에는 큰 피해를 갖고 온다. 한 개인에서부터 조직과 단체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정보를 공개하면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모여도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며 집회를 강행하거나, 혹은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마귀 짓이라는 등의 종교적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과학적 무지에 기인한 이런 일들은 정말 최악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온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약 3년간 계속됐다. 이는 당시 세계 인구 19억 명 중에 5억 명이 감염되었고 결국 약 5000만 명이 사망한 재난 중의 재난이었다. 그러나 그 무렵은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지식수준과 방역 및 질병관리 체계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열악했고, 또 전반적인 공중위생도 형편없던 시기였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한낱 독감이 엄청난 재앙이 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있던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이 자국 군인의 사기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그 현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에 직접 나서지 않았던 스페인은 그와 다르게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독감 퇴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했는데, 그 바람에 엉뚱한 누명을 쓰고 이름이 남았다. 스페인은 사실 스페인 독감과 무관한 나라다.

우리는 세계적인 의료수준과 체계적인 질병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를 신뢰하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대처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경각심은 갖되 공포를 지녀야 할 일은 결코 아니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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