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1노총 된 민노총, 억지와 ‘떼거리 이기주의’로는 미래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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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이 조합원 수 기준으로 제1노총이 됐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12월 기준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노총의 조합원은 96만8000명으로 한국노총의 조합원 93만3000명보다 3만5000명 많다. 2017년에는 민노총은 71만1000명으로 한국노총의 87만2000명보다 16만1000명이나 적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1년 새 조합원을 25만7000명이나 불리면서 제1노총이 된 것이다.

현 정부 노동정책이 민노총의 세력 확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공공부문 노조는 주로 민노총 소속인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비정규직들이 대거 민노총 조합원이 됐다. 더 넓게 보면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의 눈치를 보고, 각종 집회 시위 등에서 불법적 행태를 눈감아주면서 민노총이 센 노총으로 인식된 점이 조합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1노총 민노총이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과 공공기업 등의 정규직 노조가 많이 가입한 민노총이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도 연례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노조가 있는가 하면, 건설업 등에서 일용직 노동자는 민노총 허가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행패가 심각하다. 툭하면 정치파업에 나서고 요구관철을 위해 법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기물을 파손하는 수준을 넘어 타인의 신체에 피해까지 가하고 있다.

정부의 노조 편향적 태도를 등에 업고 커진 민노총이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민노총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제1노총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기에 굴러갈 수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민노총 추천위원이 4명에서 5명으로 늘게 돼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제2노총으로 밀려난 한국노총에 미칠 영향도 걱정이다. 내년 1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강경투쟁 노선으로 돌아서면 노사화합 노력은 사라지고 노사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민노총이 제1노총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면 민노총과 한국노동운동의 장래는 더 암울해질 것이다.
#민노총#노동조합#제1노총#한국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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