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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낙하산이 키운 한전 비리, ‘政피아’가 개혁할 수 있는가

김순덕 논설위원
입력 2015-02-02 00:00업데이트 201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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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인 한전KDN,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과 전기통신장비 납품업체 대표 등 15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1일 기소된 사건은 공기업이 얼마나 썩어빠졌는지 한눈에 드러낸다. 납품업체는 4억6000만 원의 뇌물을 주고 한전KDN과 6년간 412억 원의 사업계약을 따냈다. 납품 과정 전반에 걸쳐 뉴비틀 같은 외제차 대여부터 자녀의 골프 레슨비 대납까지 ‘백화점식’ 맞춤형 뇌물을 바친 것이 놀랍다. 전임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이지만 한전 비리를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와 공공기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파견 경찰까지 현금봉투를 챙긴 것은 더 충격적이다.

전력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은 자산규모 100조 원에 직원이 2만 명 넘는 거대 공기업이다. 전국 200여 개 지사에다 한전KDN 같은 자회사가 10여 개이고 납품업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독점적인 지위로 인해 사익을 좇는 내부 직원과 외부 이해집단의 유착이 일어나고, 부패가 끈질기게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역대 정권은 경쟁체제 도입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관리감독이라도 철저히 하기는커녕 대선 승리의 보은 인사로 사장 감사 사외이사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줄줄이 내려보내 부패구조에 일조했다. 역대 한전 사외이사 중에는 빵집이나 수산업자 출신, 주미 한국대사도 있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비리에 끼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져 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지만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과거 정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지난해 한전 상임감사로 임명된 사람은 안홍렬 새누리당 서울 강북을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충남 보령 국회의원에도 출마했던 그가 기업회계에 얼마나 정통한지 모르겠다. 현재 한전 사외이사 7명 가운데는 이강희 전 민자당 의원,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피아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420개 기관과 금융회사에 새로 들어간 임원 980명 가운데 202명이 관피아와 정피아였다. 낙하산 인사들을 줄기차게 내려보내는 정부가 공기업을 투명하고 경쟁력 높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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