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희영]국가경쟁력 살리려면 여성과학기술인 적극 활용해야

  • 동아일보

백희영 서울대 교수·한국여성과총 회장
백희영 서울대 교수·한국여성과총 회장
최근에 발표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1%에 그쳤다. 이는 남성(92%)에 비해 무려 31%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한 수준의 성별 격차다.

과학기술 분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여성 과학기술인 개개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와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또한 초래한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하는가가 국제경쟁력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비롯해 모든 사회조직은 그 구성원의 다양화를 통해 창의성과 생산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고른 참여는 조직구성원 다양화에 일차적 고려 사항이다. 최근 선진국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연구에 젠더(gender) 이슈를 적극 배려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을 과학기술연구의 담당자 혹은 대상자로 참여시킴으로써 연구의 수월성과 적용의 적실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에서 1997∼2000년에 시판되었다가 회수된 10종의 약품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8개 품목은 특히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 이유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포, 동물, 사람 등 연구 대상이 주로 남성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최근 최종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여성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초기 실험연구 단계에서는 이 점이 간과되고 있다. 초기 실험 단계에서 제품의 대량생산 과정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신체 크기 등 생물학적 특성에서 사회적 특성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비로소 남녀 모두에게 적합한 제품이 생산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주로 남성이었으며 이로 인해 젠더 특성의 고려가 여의치 않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과정에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창조 혹은 창의는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성별 다양성 확보를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인 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여성 연구개발 인력 확충 우수기업을 가려내 표창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다. 앞에서 지적한 젠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의 의지 표명인 것으로 이해해,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관심과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기업 현장에서도 여성 과학기술자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창조경제의 실현과 국제경쟁력 증진에 필요한 다양성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백희영 서울대 교수·한국여성과총 회장
#여성#경제활동참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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