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비리의 배경에도 고질적인 퇴직 공무원의 이른바 ‘관피아’ 문제가 있었듯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정작 현실적 해법은 보이지 않고 온갖 문제점만 부각시킨다. ‘행정고시 위주의 인사제도가 문제의 뿌리’이며 ‘전문직이나 기술직을 홀대할 때 알아봤다’, ‘크고 작은 비리의 공직자를 관용으로 대한 것이 문제’였고 ‘정치권에 줄 대지 못하면 고위공직자의 길은 요원’하다는 세태를 꼬집는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무원은 무한’하며 ‘공무원은 장관과 심지어 대통령 머리 위에 있다’는 세간의 비아냥거림도 가감 없이 전한다.
‘밴드왜건 효과’라는 말이 있다. 곡예나 퍼레이드 맨 앞의 악대차가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유행 따라 물건을 사는 줏대 없는 소비자를 설명할 때 흔히 이용하는 비유이다. 변변한 해결책도 없이 문제점만 지적하는 악대차의 꽁무니만 따라다닐 것인가?
지금 당장 해법을 찾아 시행해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앞서 제시된 여러 문제점에 대응하는 비슷비슷한 방안들은 오래전부터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에서 내부고발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본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우는 데 이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미국은 중죄를 지은 내부고발자를 사면까지 해주는 등 특혜를 주는 한편 신변과 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하던 친구가 있었다. 직장 상사의 비리를 회사를 아끼는 마음으로 감사실에 제보했는데 돌아온 건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이었고 10년이 넘는 소송으로 감당키 어려운 고초를 겪었다. 우리도 부패방지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위계질서를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경우 신고자 보호는 뒷전인 감이 있다. 비리 고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고발 내용이 객관적으로 밝혀지는 이른바 성공적인 내부고발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이번 세월호의 경우에도 1월 청해진해운 직원이 국민신문고에 ‘청해진 소속 여객선들의 위험’을 고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부고발이 일상화되면 지나친 고발로 삭막한 사회가 될 거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를 통한, 특히 공직사회의 부패 및 비리 척결과 예방 효과에 견준다면 그 효용이 훨씬 크다. 조직을 사랑하는 ‘정 때문에’ 고발하는 경우가 현금만을 노린 파파라치보다는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이 확실한 보호를 받는다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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