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차 글로벌 위기 조짐 ‘경제 리더십’으로 헤쳐 나가야

  • 동아일보

신흥경제국발(發) 금융 불안에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3일(현지 시간)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어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급락했다. 코스피는 설 연휴가 끝난 뒤 이틀 연속 크게 떨어져 어제 1,890 선 아래로 밀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호에 지난달 23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치 폭락으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위기가 일부 경제 취약국에서 대부분의 신흥국과 몇몇 선진국에까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에 이어 21세기의 3차 글로벌 경제위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은 1월 제조업지수가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였고 작년 12월 일자리 지표도 예상보다 나빴다. 중국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가 동반 하락한 데다 금융부실 우려까지 커졌다.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지난달 하순 금리를 인상한 상당수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시지 않고 있다. 2008년이나 2010년에는 중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경제국이 글로벌 위기의 충격을 줄이는 ‘백기사’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여력을 갖춘 나라를 찾기도 어렵다.

한국이 1997년 같은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지만 국내외 금융 불안의 파고(波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및 금융당국자들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러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파문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월 말 임기가 끝난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자칫 시장(市場)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현 부총리와 신 위원장 등 정부 경제팀의 교체론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으나 후임자 인선과 청문회 등에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적기(適期)로 보기 어렵다. 현 부총리, 신 위원장, 김 총재와 청와대 경제팀은 급변하는 세계 흐름에 적확한 대책을 내놓는 ‘경제 리더십’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어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각종 병리 현상의 밑바닥에는 정치 논리가 시장 논리를 압도하는 ‘정치 실패’가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3차 글로벌 경제위기설이 확산되는 심상찮은 현실에서 경제 당국자들의 비상한 리더십 발휘와 함께, 국익과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치의 제자리 찾기’를 거듭 촉구한다.
#글로벌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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