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평창 올림픽과 마식령 스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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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북한의 올해는 ‘재출발의 해’인 것 같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가 강조한 것은 노동당의 기능과 역할 강화, 경제 건설, 특히 농업·건설·과학기술 부문의 중시 그리고 군대 내 정치사상교육 강화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을 토대로 다시 사회주의 강성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전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재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이다. 그러기 위해 ‘농업에 모든 힘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을 밝히고 일부러 ‘당이 제시한 곡물 생산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기본적인 전투부대이자 군인의 생활거점인 중대(中隊)를 강화’해 정치사상교육을 고양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무력장비를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 행동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 변화도 심하다. 하지만 경제 건설이 우선되는 한 대남무력도발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 김정은이 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하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돼 경제 부흥도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연설에서 가장 마지막 부분에 김정은이 강조한 것은 흥미롭게도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분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방 중상을 멈춰 화해와 단결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실행에 옮기듯 이달 1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음력설을 계기로 상호 자극해 비방 중상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

물론 선전 색채가 농후한 제안의 진의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경제 건설을 우선하는 한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 제재가 완화되어야 하고 북한과 중국 관계도 개선돼야 한다. 그 두 가지를 얻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남북 대화의 진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한다’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추론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북한이 평화공세와 무력도발을 병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담한 추측이지만 나에게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때까지 2015년 해방 70주년과 노동당 창건 70주년 그리고 2017년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김정은은 왜 군대까지 동원해 마식령에 거대한 스키장을 건설한 것일까. 게다가 그 방식을 ‘마식령 속도’로 부르고 조국해방전쟁기념관 등 다른 시설 건설 때에도 적용했다. 그게 단순한 관광 개발일까.

필시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김정은은 4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최근 스포츠 강국 건설 구상도 한국에 뒤지지 않는 메달 수를 욕심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2018년 평창 올림픽을 1988년 서울 올림픽과 동일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1988년 김일성과 김정일이 서울 올림픽에 대해 보여준 이상한 거부감을 잊을 수 없다.

거부감을 머릿속에 담고 있게 만든 최대 사건이 서울 올림픽 한 해 전인 1987년 11월에 일어난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이었다. 북한은 폭력투쟁과 정치투쟁을 혼합해 1987년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다음 해 서울 올림픽을 개최 불가능하도록 하는 투쟁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낡은 정치체질은 어느 정도까지 사라졌을까.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평창 올림픽#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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