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니제르 여성의 희망 안식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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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고개를 숙인 여인과 소녀들이 나귀 수레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능욕당한 이들의 몸에선 지린내와 함께 지독한 악취가 풍겨 나왔다. 일부는 12, 13세에 결혼해 영양 상태가 충분치도 않은 몸으로 임신했다. 이들은 난산으로 내장에 구멍이 생겨 대소변이 새어 나오는 피스툴라라는 몹쓸 병에 걸렸다. 이들 대부분은 남편에게 쫓겨난 뒤 육신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아프리카 서쪽 니제르 지역의 신설 병원. 이곳에서 피스툴라 치료를 받는다.

피스툴라로 고통받는 10대 소녀를 보기란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나는 예전에 니제르 단자 지역에 피스툴라 치료 센터를 세우길 원하는 부부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후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피스툴라 치료 펀드(WFF)에 5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이런 계획은 현실이 됐다. 단자 피스툴라 센터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 다니는 제자와 함께 ‘세계 빈곤’에 대한 기획 기사를 구상할 겸 단자를 다시 방문했다. 이곳에서 독자들이 이룬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난 첫 환자는 장난꾸러기 웃음을 잘 짓는 하디자 술라예였다.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술라예는 자기 생일도 몰랐다. 그는 가족의 강요로 생리를 시작하기도 전인 11, 12세 때쯤 결혼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삼촌의 둘째 부인이 됐다.

1년이 지나 그는 아이를 가졌다. 어떠한 산전 관리도 받지 못한 술라예는 폐색성 분만을 했다. 이후 3일간 끙끙 앓다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아기는 죽었다. 이후 그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됐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단지 소변 조절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술라예는 이후 외톨이가 됐다. 남편은 그를 집에서 쫓아냈고 마을 사람 누구도 그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았다. 물을 길어 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마을 사람들은 늘 오줌이 묻은 내 옷을 보며 손가락질했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술라예는 단자 피스툴라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청했다. 미국 미시간 출신 비뇨기과의 스티브 애로스미스 박사는 술라예를 치료한 뒤 완전한 회복을 위해 6개월간 성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뒤 술라예는 기쁜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갔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남편은 그를 침실로 불러들였다. 술라예는 “나는 그의 부인이기에 (동침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관계로 인해 피스툴라는 도졌고, 다시 소변이 새기 시작했다. 남편은 다시 술라예를 쫓아냈다. 병원으로 돌아온 술라예는 다시는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전 세계 200만 여성이 피스툴라로 고통받고 있다. 피스툴라를 치료하려면 500∼1000달러 정도 비용이 든다.

피스툴라는 조혼으로 인한 사회 문제다. 니제르 여성의 4분의 3 정도가 18세가 되기 전에 결혼한다. 애로스미스 박사는 “소녀 중 일부는 월경을 시작하자마자 아이를 갖고, 이로 인해 자궁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단자 센터는 산모의 건강도 돌본다. 병원을 오가는 무료 택시 운영체계도 도입했다. 환자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애로스미스 박사와 워싱턴대 루이스 월 박사, 그리고 미국 기독교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피스툴라 센터는 소액의 후원금으로 어렵사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은 여성들의 충만한 기쁨은 피스툴라 센터가 이 도시에 얼마나 큰 선물이 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참담한 심경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자신감을 되찾아 퇴원한다. 복잡한 문제로 얼룩진 세상에서 정말로 축하할 일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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