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현주]반골의 땅 오사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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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
이현주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
오사카는 5세기 한반도로부터 유입된 이민과 문화를 바탕으로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이래 천 년 동안 일본의 정치 경제의 중심이었다. 세계 최초로 쌀 선물시장이 형성되고, 금융과 보험업도 번창한 상인의 도시였다. 오사카를 장악하는 자가 정치권력을 거머쥐었다. 그래서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고 불렸다. 그런 오사카가 17세기 이후 도쿠가와 막부의 에도(지금의 도쿄)에 정치권력을 완전히 빼앗겼다. 그래서 요즘 때늦은 정치적 몸부림을 치는 것일까. 오사카 사람들은 옛 영광을 되찾아오겠다고 등장한 하시모토 도루 시장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하시모토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으로 오사카 사람들의 꿈도 깨지려 한다. 그들의 천 년 한(恨)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오사카인들은 다른 지역 일본인들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여유가 있고, 창조력이 강하다. 마쓰시타전기를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오사카에 등장한 전차를 보고 ‘전기 산업’ 시대를 열었다. 인스턴트 라면도 먹는 걸 좋아하는 오사카인들이 최초로 개발했다. 전자, 제약, 의료 분야의 첨단 중소기업 등 ‘히든 챔피언’도 많다. 일일 생활권인 고베, 교토를 포함한 이 지역의 지역총생산(GRP)은 8950억 달러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80%인 세계 16위에 이른다. 한일 무역의 21.2%(172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오사카 경제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 오사카가 요즘 한국 관광객 유치에 열심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고대 백제와의 인연을 강조한다. 25년 전 필자가 도쿄에서 경험했던 차가움과는 전혀 다른 살가움이 있다. 역사 문제도 결국은 국력이 해결하는 것일까. 오사카 사투리에서 한국 사투리의 정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만큼 한국 사람들의 기질과 상통하는 점도 많다. 타인에 대한 인정과 배려,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한 호기심, 냄비 같은 급한 성미에 “오사카 사람들은 먹다가 망한다”는 말까지 우리와 많이 닮았다. 확실히 오사카는 일본과 다르다. 일본의 반골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 오사카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이현주 일본 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
#오사카#아스카 문화#경제#한국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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