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전면 공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일에게 대한민국 국가원수의 말이라고 믿기 힘든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내가 봐도 NLL(북방한계선)은 숨통이 막힌다. … NLL을 변경하는 데 있어 위원장과 내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는 표현을 하거나 ‘제가 방금 보고드린 것과 같이’라는 말을 습관 비슷하게 했다”고 밝혔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런 점을 들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해외 다니면서 50회 넘게 정상회담을 했는데 북측 이야기가 나왔을 때 변호인 노릇을 했고 얼굴을 붉혔을 때도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이다.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북한 편을 들고 미국을 비난한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영토를 보전(保全)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어떻게 북한 지도자에게 6·25전쟁 이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정착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한단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고’ 운운했다는 대목에서는 수치심을 느낀다. 대화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국익과 국기(國基), 국가원수의 체통을 저버리고 헌법적 의무까지 망각한 것이다.

NLL 논란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NLL은 미국과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담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며 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2월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결과 정 의원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대화록 논란은 이제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당쟁(黨爭)이 아니라 영토와 국기 수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국민은 진상을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민주당이 대화록 공개를 반대하는 것은 자당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면에 새누리당이 대화록 문제를 꺼낸 건 ‘물타기’라고 공격한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와 NLL 대화록 논란은 별개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그래 놓고 민주당이 발언록 공개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어제 대화록 원본을 포함한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주장했다. 민주당도 더는 이 문제에 발목을 잡혀 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무현#남북정상회담#김정일#대한민국 국가원수#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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