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종시에 있어야 할 총리, 부총리가 왜 서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보통 서울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건물 안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집무를 본다. 정부세종청사 출근은 매주 월요일 오전과 목요일 오후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에 주로 있는 현 부총리가 세종청사 직원들의 얼굴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부총리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간부들을 만나려면 서울사무소로 가는 것이 빠르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공식 사무실은 세종청사에 있지만 취임 후 5월 말까지 공식 일정 158회 가운데 22회(14%)만 세종시에서 치렀다. 대부분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에는 총리, 장차관의 관사가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이 사용한 날은 평균 열흘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주한 지 9개월, 세종청사 1단계 이주가 마무리된 지는 6개월이 지났다. 초기의 혼선은 극복할 시간이 흘렀으며 지금 겪는 불편은 구조적인 비효율이어서 쉽게 해소되지 않을 듯하다. 안전행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시의 비효율 비용은 연간 4조7000억 원으로 분석됐다. 연간 정부 예산의 1%에 육박하는 액수다. 그러나 이는 행정 부처들이 겪는 비효율로, 세종시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가 치르는 비효율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행정 비효율은 필연적으로 ‘정책 및 행정서비스의 질(質)’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최종 피해자는 행정서비스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해 끝까지 반대해 좌절시켰다. 그 덕에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이 된 만큼 이제 그 비효율을 걷어낼 책임이 크다.

정부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만들고 공무원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워크 센터’도 설치했으나 부족하다. 국무회의, 차관회의부터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불요불급한 회의를 축소하고 공무원의 유연 근무를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 국회도 툭하면 장관을 여의도로 부르고, 시도 때도 없이 정부 부처 간부들을 국회에 대기시키는 관행을 바꿔야 세종시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총리#정부세종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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