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성공의 주역 나경원 전 의원(50).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의 대항마로 거론되지만 사실 그는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버림받았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설움의 본질은 “실컷 써먹고 버렸다”는 거다. 실제 그는 당 대변인, 국회 상임위 간사를 맡아 남보다 더 일했다. 욕먹을 줄 알면서도 악역을 자임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당을 위한 희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 공천자 명단에 나경원은 없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 떨어지고 공천에서도 배제됐을 땐 정말 내팽개쳐진 느낌이더라”라고 분을 토했다. 사석에선 “의리 없는 당”이라고 했다. 학벌 외모 집안 배우자…. 모든 걸 다 갖춘 엄친딸 나경원은 정말 억울하게 버려진 걸까.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5년 판사가 된 그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특보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이 후보는 “아끼는 판사 후배”라고 그를 소개했다.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기업인 출신 인사는 “나경원은 자신이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며 홍보에 적극 활용해 달라고 했다. 욕심쟁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화려한 조명을 즐겼다.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다음 날 드레스 화보를 찍어 논란을 자초했다. “아동을 돕는 좋은 취지라 응했다”고 했지만 입방아가 끊이지 않았다. 돋보이고 싶은 욕망은 그를 서서히 고립시켰다. 국회에는 나경원 말고도 잘난 사람이 많았다. ‘1억 원 피부과’ 보도는 날조된 비방이었고 기소청탁 논란도 억울한 일이었지만 편들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을 즐겨 화(禍)를 입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일 밤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이명박이 아니라 나경원이었다. 후보 대변인이었던 그는 화려한 보라색 옷을 입고 후보를 쫓는 한 방송사 카메라를 독점했다. 그 일은 대통령 부인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개각 때마다 후보로 이름만 올렸다.
“약자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늘 장애인을 위해 앞장서는데도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 장애인 아이를 알몸 목욕시켰을 때는 장애아를 위한 일인지, 자신을 위한 일인지 혼란스러웠어야 정상이다. 스페셜올림픽 홍보영상과 언론 인터뷰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반긴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낮은 곳에서, 그것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봉사한 사람만 존경받는 세상이다. 나경원 정도면 숨어서 봉사해도 세상이 들춰낸다.
나경원은 정치인치고 순진한 사람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필요한 일이라면 밀어붙이는 성품이다. 유불리를 따져 일하는 타입도 아니다. 스스로도 “순진하게 험한 일을 맡아 손해 본다”고 한다. 계산에 능한 사람이라면 2007년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당의 원칙도 원칙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리 없다. 그런데도 당 안팎에서 그를 보는 시선은 차갑다.
정치라는 게 마음을 사야 표가 나온다. 잘생기고 돋보여야 정치한다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6선이나 했을 리 없다. 스며들 듯 남의 마음을 훔쳐야 권력이 손에 들어온다. 서울시장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6개월 만에 또 공천 안 준다고 투덜대봐야 ‘공주’ 소리밖에 못 듣는다. 그와 친분이 있는 한 전직 의원은 “조명이 사라지는 걸 참을 줄 알아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한 일을 곱씹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남만 탓해서는 발전도 없고, 공감 없는 설움도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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