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核 들고 우쭐대는 北, 식물정부가 제압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북한이 핵 협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 ‘미제가 핵무기를 휘두르면 우리는 지난날과는 완전히 달리 다종화된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이란 직함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직접 나서 “(핵무기를)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겁을 주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의 주범이 1994년 3월 불바다 발언과는 차원이 다른 ‘핵 불바다’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 성공 이후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바뀌었다.

북한의 핵전쟁 협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초안이 완성된 데 따른 반발로 해석된다. 북한은 방어작전 위주로 진행되는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공화국(북한)을 압살하기 위한 가장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정전협정 백지화 등 강력하고 실제적인 2, 3차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정은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북한 군부의 협박을 허풍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어제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해 2006, 2009년 핵실험 때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북한 외교관의 불법행위를 집중 감시해 북한 돈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선박을 통한 대량살상무기의 반·출입 금지는 물론이고 의심스러운 물건이 실린 항공기의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불허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확실히 꺾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몇 가지 제재를 추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멋대로 핵을 보유한 대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이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

중국이 대외정책을 포함한 국정의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양회(兩會) 도중에 유엔 결의안 채택에 동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북한 응징의 필요성에 대해 국제사회와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최근 중국 내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대시위가 격화하고 있고, 중국 공산당 일각에서도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이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미 연합감시망을 최대한 동원해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 된다. 당장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날아들지는 않는다 해도 방사능물질이 포함된 재래식 폭탄인 ‘더티 봄(dirty bomb)’ 하나만 도심에 떨어져도 우리가 입을 타격은 심각하다.

엄중한 안보 위협 속에도 국내 정치권이 정쟁(政爭)에 빠져 있는 탓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고 내각의 외교안보 라인도 불완전한 상태다. 평시에는 여야가 국정 운영을 놓고 대립할 수 있지만 외부 위협이 생기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북핵에는 침묵하면서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명백한 이적행위다.
#핵무기#북한#협박#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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