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두영]과학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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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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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두운 밤에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도 전조등을 켜지 않고 자동차 뒷유리만 보고!”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명언이다. 미래는 칠흑 같은 밤처럼 깜깜하고 시골길처럼 알지 못하는 데다 전조등마저 켤 수 없으니 뒷유리(과거)만 보고 운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미래에 대한 드러커의 또 다른 명언을 보자.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이 두 명언을 조합해 보면 ‘미래를 창조하려면 과거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미래’와 ‘창조’라는 키워드와 맥이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경험과 느낌이 좌우하는 혼돈계의 안갯속이 아니라, 항상성(Steady state)과 주기성(Periodicity)과 인과성(Casualty)을 함수로 하는 복잡계의 정상에서 살펴야 한다. 날씨를 예보하든 주가를 예측하든 미래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을 통해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창조’에서 종교적인 냄새만 제거한다면 ‘미래’는 ‘창조’와 ‘과학’이라는 키워드와 궁합이 잘 맞는다. ‘창조’는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고, ‘과학’은 미래에 대한 객관적인 방법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서 ‘과학으로 미래를 창조하겠다’는 국정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창조’에 필요한 정책 기능은 크게 기획·조정 기능과 집행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과학기술 관련 정책 기능을 보면 기획·조정 기능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고, 집행 기능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최근에 이르러 기획·조정 기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로 수렴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집행 기능은 여전히 분산된 상태에 머물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분산된 집행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모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동안 애써 확보한 기획·조정 기능을 미래부의 단위 조직으로 내려보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과위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제1차관 소속의 단위 조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의 과학기술 기본 계획과 로드맵을 짜려면 기획·조정 기능을 집중시키고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 행정구조(governance)를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자동차로 치면 이 기능은 내비게이션(navigation)에 해당한다. 내비게이션은 앞으로 전자제어장치(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연결되어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CU는 연구개발예산을 조정·평가하는 조직에 비유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드러커는 내비게이션의 존재를 간과한 듯하다. 전조등이 고장 났더라도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어떤 야간 운전이든 어떤 초행길이든 걱정을 덜 수 있다. 과학기술 정책엔진을 개선하고 신호계통을 확인하며 바퀴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의 지도를 제시하고 지름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 바로 과학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현승 시인은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그렇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은 과학을 탐구한다는 말처럼 고리타분하지 않아서 좋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yhh20@donga.com
#과학#미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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