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구태 정치인으로 전락했다”며 등 돌린 멘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안철수 전 대선후보 캠프의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이 안 씨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원에 대해 “정치쇄신의 길이 아니며 국민대통합을 위한 길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 씨가 고향 부산에서 문 후보의 선거 지원을 처음 시작한 어제, 안 캠프 국민소통자문단 17명 가운데 9명은 “이것은 결코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 아니다”라며 문-안 연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지냈던 조 단장은 캠프 내에 상주하다시피 했던 ‘안철수의 멘토’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자문단 사람들은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지지자들과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이 안철수라는 개인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안 씨는 올해 5월 “이것이 온전히 저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교만”이라며 정치권 진출에 대한 고민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안 씨의 행보는 스스로 내세운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그의 멘토들조차 혼란스러워한다. 안 씨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를 주장했다”면서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으며 대통령 후보로서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이 ‘구태 정치’라고 공격한 문 후보와 아무 조건 없이 연대할 수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안 씨가 문 후보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분야는 이념과 안보 문제다. 안 씨는 TV토론에서 “금강산 관광을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재개하면 국민이 불안해서 가겠느냐”고 세 차례나 캐물었다. 문 후보는 “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약속했으니 그대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북한의 구두 약속을 그대로 믿겠다는 것이다. 안 씨는 자신의 노선을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라고 했고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고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념이나 대북관이 다른 두 후보가 ‘묻지 마 연대’를 하는 것은 ‘권력 나눠 갖기’밖에 되지 않는다.

조 단장은 “안 후보의 선택은 그가 내걸었던 철학이나 신념과는 달리 특정 정파의 계산에 휘말려 드는 것”이라며 “‘새 정치’의 기수가 되기는커녕 구태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씨는 어제 문 후보와 공동유세를 하면서 “새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새 정치’를 또 입에 올렸다. 하지만 조 단장은 안 씨를 ‘구태’에 물들어가는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대선#안철수#멘토#문재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