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네거티브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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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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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린든 존슨은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가 베트남전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데이지 걸(Daisy Girl)’이라는 악명높은 네거티브 선거광고가 만들어졌다. 풀밭에서 꽃잎을 세던 어린 여자아이가 아홉을 셀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미사일 발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하늘을 나는 무언가가 아이의 눈에 보이고 친구들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우더니 갑자기 깜깜해지면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른다. 이 광고는 과장이 심하다는 비판 때문에 딱 한번 방송되고 그쳤지만 존슨의 압도적 승리에 보탬이 됐다.

▷1963년 박정희가 군복을 벗고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야당 후보 윤보선은 거물 간첩 황태성과의 관련성을 거론하며 박정희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박정희의 형 박상희가 좌익으로 1946년 대구 폭동에 가담했다 죽었는데 박상희와 동지였던 북한 무역성 부상(副相) 황태성이 김일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박정희를 접촉해 보겠다며 내려왔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박정희가 5·16 군사정변 후 집권 초기부터 좌익 의혹을 불식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윤보선의 네거티브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다시 극성이다. 민주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그 친가 및 외가 5촌까지의 재산이 1조3000억 원, 정수장학회와 영남학원 재산까지 더해 4조 원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신고 재산은 21억 원이다. 재산은 형제 간에도 잘 알 수 없는 법인데 4촌도 아니고 5촌까지 합하는 셈법은 황당하다. 진위와 상관없이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조금 더 나가면 흑색선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나경원 후보가 1억 원대의 피부 미용을 받은 양 흑색선전을 해서 재미를 봤다. 일단 주장이 제기되고 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 아님’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단순히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좀 과장이야 있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식으로 ‘반쯤은 믿는’ 국민도 적지 않다. 상대 후보의 결점을 부각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있지도 않는 허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민을 향한 사기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는 선거운동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대선#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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