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8>지울 수 없는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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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노래
―4·19혁명 21주년 기념시
김정환 (1954∼ )

불현듯, 미친듯이
솟아나는 이름들은 있다
빗속에서 포장도로 위에서
온몸이 젖은 채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던 시절
모든 것은 사랑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죽음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부활이라고 했다
불러도 외쳐 불러도
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이미 옛날
그러나 불현듯, 어느 날 갑자기
미친 듯이 내 가슴에 불을 지르는
그리움은 있다 빗속에서도 활활 솟구쳐 오르는
가슴에 치미는 이름들은 있다
그들은 함성이 되어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불탄다.
사라져버린
그들의 노래는 아직도 있다
그들의 뜨거움은 아직도 있다
그대 눈물빛에, 뜨거움 치미는 목젖에


대한민국의 첫 시민혁명인 4·19혁명을 소재로 삼은 최고의 시일 것이다. 이 시가 발표된 게 1981년, ‘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이미 옛날’, 그때 젊은이에게도 자꾸 잊히고 있었으니,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일제강점기 일만큼이나 멀고 관심도 없을 4·19혁명은 3·1운동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정신적 밑둥이다.(3·1운동-민족주의, 4·19혁명-민주주의).

이 시에서 화자는 그때의 함성과 죽은 이들의 젊은 이름들을 안간힘을 다해 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기억의 힘으로 당대의 불의(5·18민주화운동 한 해 뒤다!)와 싸우려 노력한다. 기억은 역사를 밀치고 이끄는 힘이다.

뜨겁게 젊은 시! 절창이다!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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