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 원이 넘는 국내 정보기술(IT) 벤처기업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한국의 HP를 만들어보라”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1989년 서울대 박사과정 동료들과 창업에 도전했다. 변 사장의 지도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현지 대학생들의 창업 열기를 보고 놀라 귀국한 뒤 제자들을 연구실 밖으로 떠밀었다. 정보기기 제조업체인 HP는 스탠퍼드대 졸업생인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세운 회사다.
1930년대 이후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한 기업이 3만9900개이며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만 540만 개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 동문 기업의 연매출을 합한 금액은 2조7000억 달러(약 3000조 원)로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1600억 달러의 2배가 넘고, 프랑스 GDP(2조7120억 달러)와 맞먹는다. 훌륭한 대학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사실을 스탠퍼드대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기술과 경영을 접목한 융합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의 IT 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를 지탱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능한 기업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시스템스,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 전기차회사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가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이들의 성공신화에 고무된 세계의 인재들은 스스로 이 대학을 찾는다. 2000년대 이후 스탠퍼드대 출신 벤처기업 창업자의 29%는 여성이며, 42%가 외국인이다. 스탠퍼드대 학부 재학생 4명 중 1명은 졸업 후 창업을 꿈꾼다. ‘우수한 교육-성공모델 배출-인재 유입’의 선순환이다.
미국 대학은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고 유지하는 힘이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발표한 글로벌 대학 순위 20위 안에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이 17곳 포함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 합계도 2조 달러(약 2200조 원)에 이른다.
한국 경제가 저(低)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스탠퍼드대 같은 세계 최고의 대학을 키우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학연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창업지원 인프라도 필요하다.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만을 좇는 우리 젊은이들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때 했던 “항상 갈망하고 바보짓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