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교사가 제자들에게 성희롱당하는 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과거에도 여교사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학생들은 있었다. 그렇지만 장난을 치면서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갖고 있었다. 학생들은 잘못이 적발되면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고 학부모들도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 요즘은 여교사를 농락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훈계하는 여교사들을 교무실까지 쫓아가 성희롱하는 바람에 집단 전근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첫 경험은 언제?” 등 모욕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던지는가 하면 여교사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누나 사귀자”며 치근대는 동영상이 종종 유포되는 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여교사들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가운데 1명꼴로 학생을 지도하다가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의 유형별로는 ‘언어로 인한 불쾌감’이 가장 많았고 ‘신체접촉’ ‘문자’ ‘사진촬영’ 순으로 나타났다. 여러 형태로 여교사들에게 성희롱이 가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교권 유린의 가해자들이 바로 제자들이어서 충격이 크다.

교내 성희롱을 당하는 여교사의 수난은 그만큼 교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의 평균 학력이나 소득수준이 높아져 옛날만큼 교사를 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학생의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교권의 추락을 방조한 측면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뒤 교권 추락 현상이 심각하다. 교사를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가해자로 몰아붙여 학생 지도에 재갈을 물리는 바람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함부로 대하더라도 엄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교권 추락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일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0대들이라도 스승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있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과 인성교육은 필수적이다. 성희롱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묻고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을 가르치는 스승에 대한 성희롱은 성범죄 불감증의 시작이다. 성희롱과 여성 인권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진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선 어떤 행동을 보일지 걱정스럽지 않은가.
#여교사#제자#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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