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 국제행사, 런던 알뜰 올림픽에서 배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정부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등과 같은 국제행사 개최와 관련한 예산 지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인천시와 강원도가 요청한 국고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천시는 문학경기장 대신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 들어가는 사업비 4900억 원 중 85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강원도는 평창 겨울올림픽 대회 관련 시설비용의 70%를 국고에서 지원해줄 것을 기대한다.

아시아경기나 겨울올림픽은 국민이 합심해 유치한 국제행사인 만큼 개최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가 행사를 무리하게 치르다간 빚더미에 올라앉을 우려도 있다. 한국 지방정부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2.7%로 일본(154%) 미국(129.9%) 영국(33.5%)보다 양호한 편이지만 공기업 부채가 50조 원에 육박하면서 지방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무리한 사업을 벌일 형편이 아니다. 최근 폐막한 여수엑스포는 남해안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부상 적자가 불가피하다.

어제 막을 내린 런던 올림픽 예산은 약 90억 파운드(15조9300억여 원)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670억 달러)의 약 5분의 1로 추산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경제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하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메인스타디움 관람석 일부를 임시관중석으로 만들고 일부 경기장은 철거해 자재를 차기 올림픽 개최국인 브라질에 판매해 비용을 절감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쓰는 인터넷과 생수까지 돈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도 흑자 올림픽이 쉽지 않다는 추산이 나온다.

세계 경기 침체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균형 재정을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적은 예산으로 국제행사를 효과적으로 개최하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기장 재활용과 같은 사후관리 방안을 치밀하게 실행한 런던에서 배워야 한다. 민간 자본과 노하우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한 뒤에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그리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국제행사를 지역 발전의 전기로 삼으려는 지자체와 예산 절감을 해야 하는 중앙정부가 행사의 내실과 경제성을 함께 충족시키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사설#런던 올림픽#알뜰 올림픽#지자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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