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4년 만의 가뭄에 홍수도 대비해야 하는 治水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5월부터 어제까지 서울지역 강수량이 평년의 6.4%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후 104년 만에 가장 적다. 도심 가로수들이 햇볕에 타들어가 소방차로 물을 주고 있다. 한강 상류의 파로호 충주호 소양호는 수위가 내려가 수생식물들이 다 드러났을 정도다. 경기 충남 전남북 지역의 가뭄 면적이 3600ha에 이르며 전국 저수지 285곳이 바닥을 보였다. 무더위로 응급실을 찾는 노인 환자도 늘고 있다.

기상청 ‘가뭄 판단지수’에서 국토의 76%는 ‘매우 위험’ 단계로 올해 농사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모내기 한계일(6월 20일)이 지나 천수답(天水畓) 농민들은 대체작물을 심어야 한다. 북한도 전역에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장마는 평년(6월 20∼23일)보다 늦은 이달 말쯤에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때부터는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 피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올해 한반도에 두 달 가까이 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는 것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덮고 있던 눈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4월 하순부터 녹는 바람에 태양열이 지표면에 그대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반도에서도 최근 몇 년째 고온과 가뭄, 그에 이은 기록적인 홍수 및 산사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2040년부터 한국에서 매년 3억8000만 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강원도민 물 사용량(상수도 기준)의 3500배에 이르는 양이다. 금강 유역의 물 부족량은 지금의 3배로 치솟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도 가뭄으로 목이 탈 것이다. ‘물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댐과 보(洑)를 건설해 물그릇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을 크게 확장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가뭄에 시달리던 낙동강 경북지역은 상주보 구미보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작년엔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홍수 조절 효과가 뚜렷했다. 4대강에 건설한 16개 다기능 보의 저수량은 6억2000만 t이다. 중형 댐 6개 정도의 저수량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치수(治水)의 중요성은 커진다. 4대강의 본류 사업은 거의 끝났지만 지류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용수를 가뭄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관로(管路)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경기 양평 두물머리에서는 국공유지를 불법 점유해 경작하는 농민 4명과 외부 세력의 반대로 4대강 사업 마무리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유기농업’이라는 구실을 대면 하천부지를 차지하고 치수 공사를 방해해도 되는 것인가.
#강수량#가뭄#농사#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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