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HMM 소속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UNIVERSAL WINNER)호. 마린트래픽 캡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굳게 닫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개전 후 81일 만에 한국 국적 유조선 1척이 처음으로 빠져나왔다.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HMM 소속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는 19일 새벽 카타르 인근 해역에서 운항을 개시해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9명을 포함해 21명이 승선해 있고, 다음 달 10일을 전후로 울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중동의 화약고 한가운데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이 처음으로 무사히 탈출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국 선박의 첫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한국과 이란, 미국 간의 긴밀한 사전 조율에 따라 이뤄졌다. 18일 이란 당국이 해협 통항이 가능하다고 우리 정부 측에 통보했고, 정부는 선사와 내부 협의 등을 거쳐 통항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이란 측은 안전 통항 명목으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했지만, 별도의 대가를 지급하진 않았다.
이란 전쟁 발발 후 한-이란 외교장관이 수차례 전화 협의를 하고 이란 현지에 특사를 파견해 한국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항을 꾸준히 요구해 온 것이 결실을 거뒀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동맹국 미국과도 긴밀히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점도 밝혔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선사와 선박을 제재하겠다는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이번처럼 정부 차원의 교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척의 무사 통과에 안도하기는 아직 이르다. 피격돼 수리 중인 나무호를 포함해 우리 선박 25척과 한국인 선원 110여 명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역에 발이 묶여 있다. 한국인 선원 탑승 여부와 주요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고려해 이란 측과 추가 통항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는 선사들의 불안도 정부가 해소해야 한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나 한 척의 손실도 없이 모두 무사히 귀환할 때까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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