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곡된 의료 정보로 유튜브 돈벌이… 생사가 달린 일인데

  • 동아일보

최근 심혈관 질환 관련 의사단체가 소속 전문의 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8%가 “잘못된 정보를 믿고 치료를 중단한 환자를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조회수를 높이거나 건강식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환자의 절박한 심리를 파고드는 일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행태가 국민 다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들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을 두고 “근육이 녹는다”, “치매를 유발한다”, “당뇨병이 생긴다” 등의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부 부작용을 과장해 공포를 조장하는 식이다. “줄기세포 주입이 치매 완화에 도움이 된다”, “구충제에 항암 효과가 있다” 같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 역시 끊이지 않는다. 실제 의료 현장에는 이런 말을 믿고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거부했다가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다시 찾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유튜버로 변신한 의사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의사, 간호사, 약사 등이 암과 당뇨병에 대해 올린 유튜브 영상 중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건 19.7%에 불과했다.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용일수록 조회수가 높다 보니 생기는 일인데, ‘흰 가운’의 권위를 믿었던 국민들로서는 배신감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회원들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대한의사협회 등은 당장 내부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자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왜곡된 의료 정보의 범람에 누구보다 책임이 큰 것은 플랫폼과 포털들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를 보면 ‘수익’을 챙기거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조회수 장사’를 하는 유튜버 등을 일부러 방치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플랫폼과 포털들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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