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난 키우는 과소비와 대안 없는 原電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환경운동연합이 지난주 발표한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간사이학원대 박승준 교수가 시행한 모의실험에 따르면 고리원전에 거대 사고가 일어나 부산으로 바람이 불 경우 급성 사망이 4만8000명, 암 사망이 85만 명이며 손해 금액은 최대 682조 원에 이른다. 국내 원전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전제로 한 실험 결과다. 마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뇌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 못지않게 황당무계하다.

고리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을 넘겨 연장 운용 중에 안전 점검을 받고 있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로형이 다르고 격납 건물도 견고하다. 모의실험은 원자로 핵연료가 모두 녹아내린 비현실적 상황을 중첩적으로 시나리오화했다.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사고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28명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작업 중 사망자는 상당수에 이르지만 방사능에 의한 급성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에는 어떤 경우에도 ‘100% 안전’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단체가 원전사고에 대한 피해 추정을 하고 원전 리스크를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과 합리적 추정에 의해 이뤄져야지 무리한 시나리오로 공포를 과장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자극해 정확한 상황 판단을 그르치게 할 우려가 크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전력 과소비로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하철 내부가 너무 추운 탓에 “감기에 걸렸다”는 승객이 속출하니 한참 잘못됐다. 지하철은 1량 냉방에 23kWh의 전력을 소모하는 ‘전기 먹는 하마’다. 승객들이 조금의 불편과 더위를 못 참고 실내온도를 낮추라고 요구해 과(過)냉방이 빚어지고 있다. 자기 집에서도 에어컨을 늘 세게 틀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값싸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자면 현재로선 원전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5월부터 ‘원전 제로’ 상태에 돌입한 일본 국민은 에어컨은커녕 전기밥솥과 세탁기 사용도 자제하며 에너지 절약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원전 대신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발생한 연료비 증가액을 메우기 위해 올해 초 기업의 전기요금을 평균 17%나 인상했지만 더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를 아껴 쓰지도 않고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면서 원전도 거부한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 반론보도문 ▼

본지는 5월 29일 ‘전력난 키우는 과소비와 대안 없는 원전거부’라는 제목으로 “환경운동연합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사고 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내 원전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전제로 한 실험 결과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위 모의실험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평가 프로그램 SEO code에 의한 과학적 방법과 합리적 추정에 의해 진행되었고, 발생 가능한 원전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된 연구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사설#전력난#고리원전#에너지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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