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여당 의원들이 표결 결과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2025.8.25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1일 밝혔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일반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주 중에는 기업들이 여윳돈으로 사들인 자발적 자사주 외에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보유하게 된 자사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의무 소각하게 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상장사 2417곳 중 40%에 가까운 933곳이 비자발적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들은 기업 간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다른 회사가 갖고 있던 자사주를 어쩔 수 없이 보유하게 됐다.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그들의 주식을 사준 것도 비자발적 자사주로 남았다. 임직원 보상이나 주주 환원 등의 목적으로 사들인 자발적 자사주와는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비자발적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금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이 줄어들면 부채비율이 올라가고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쳐 금융 조달 비용이 커진다. 자본금 감소를 위한 ‘감자 절차’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이자율 상향을 요구할 수도 있다. 3차 상법 개정이 여당안대로 이뤄지면 기업들은 비자발적 자사주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M&A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 구조조정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런 배경에서 나온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 가치가 제고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하게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 필’이나 지배주주에게 한 주당 의결권을 더 많이 주는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전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사주마저 소각을 의무화하면 국내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 등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경영권 방어장치 허용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더라도 비자발적 자사주는 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