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황우여 이한구, 親朴만 쳐다봐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은 어제 전당대회에서 5선의 황우여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동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막을 내리고 정상적인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다. 황 신임 대표는 당내에서 중립 성향이었지만 작년 5월 친박(親朴)과 쇄신파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앞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한구 의원도 친박계에 속한다. 당 조직과 돈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직에도 친박계 인사의 내정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몫인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역시 친박계 중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4·11총선 승리 이후 새누리당은 박근혜 친정(親政) 체제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의 색깔을 띠면서 친박 진영이 그들만의 아성을 높게 쌓는 양상도 나타난다. 지난 총선 직후 친박계 중진들이 모여 주요 당직에 대한 인선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위원장이 친박계 내부의 권력투쟁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당내에서 노골적인 갈등은 줄어들었지만 앞으로 당의 의사 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더 심해질 것 같다. 친박 진영이 지난 총선의 승리를 자신들의 ‘전리품(戰利品)’처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럴수록 친박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으로 국민의 눈에 비치게 된다.

이명박(MB) 정권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인 530만 표 차로 승리했다. 하지만 MB 정권은 정권 출범의 진정한 주역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바로 잊어버렸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과 영포(경북 영일-포항 출신) 라인이 독주하는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포 라인의 핵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최근 구속됐다. ‘끼리끼리’ 국정을 농단한 인상을 주면서 현 정권은 ‘도당(徒黨)정권’이라는 비난까지 나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전체 의석의 절반(150석)을 차지한 원내 제1당이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국정 운영의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친박은 친이(친이명박)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친박 진영이 총선 승리에 취해 패거리 정치에 몰두하게 되면 국회 운영도 그르치기 쉽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대통령선거까지 남은 7개월 동안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새누리당이 야권의 지지부진이나 즐기면서 박 전 위원장만 쳐다보다가는 언제든지 민심의 버림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황우여#이한구#친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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