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의 ‘명분 市政’ 비판한 시의회 의장

  • 동아일보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市政)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 의장은 그제 같은 민주통합당 소속인 박 시장을 향해 “(올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 서울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아깝게 날려버린 것이나 돌고래쇼 중단 발표 등은 명분에 집착해 실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반대한다고 해서 박 시장까지 세계를 상대로 서울을 마케팅할 기회를 소홀히 한 것은 이념형 정치 행정이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있지만, 박 시장이 하필 그 장소로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구럼비 해안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돌고래 방사를 해군기지 반대 이벤트로 활용하려는 의도였다면 심각한 안보 불감증이다. 서울시장이 정치색이 짙은 행보를 계속하다 보면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결국 시민에게 손해가 돌아간다.

허 의장은 정부와 불협화음을 보인 ‘한강변 텃밭 가꾸기’ 사업과 주택 정책에 대해서도 “계획 수립이 면밀하지 못했고, 소통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시장은 토목공사는 아예 안 한다’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더라. 보여주기 식 선심성 토목사업은 없애야겠지만 도로 교통시설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박 시장이 새겨들어야 한다.

하지만 허 의장이 박 시장에게 쓴소리를 쏟아놓은 직후 서울시의회는 시의원에게 유급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재의결했다. 유급보좌관제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시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차원에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서울시 주변에서는 허 의장의 발언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시장은 지금부터라도 시정에서 정치색 이념색을 지워 불필요한 갈등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 시민과 더 소통하고 오직 민생을 기준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옳다. 시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은 시민을 위해 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부여한 것이다. 시의원들이 직역(職域) 이기주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휘두른다면 시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허광태#박원순#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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