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숭숭 뚫린 原電 안전, 김종신 사장은 몰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지난달 9일 발생한 고리원전(原電) 1호기 정전사고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고 은폐도 은폐지만 평소 원전 안전에 이토록 소홀했나 싶어 개탄스럽다. 1호기의 전원이 끊겼는데도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럴 땐 대체교류 디젤발전기(AAC)를 가동해야 하는데도 곧장 외부 전원을 연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운전 매뉴얼대로 AAC를 작동했더라면 전원을 좀 더 빨리 복구할 수도 있었다. 직원들이 AAC 작동법을 몰라 빚어진 일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달 비상디젤발전기 성능검사를 실시한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실무자 4명 중 2명이 입사 1년 미만의 견습직원이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원자로에 전기 공급이 안 되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참사(慘事)를 빚을 수 있다. 비상디젤발전기는 비상시 즉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사고 예방 설비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겨 먹통이 되는 바람에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김종신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경영진이 ‘비상시에 돌아가지 않는 비상발전기’를 몰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 건설하고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의 31%에서 59%로 높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전력소비량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당장은 원자력만큼 값싸고 깨끗한 발전 수단을 찾기 어렵다. 원자력의 kWh당 전력 생산 단가는 39원인데 풍력은 128원, 석유는 160원, 태양광은 670원에 이른다. 국내 원전의 절반이 소재한 경북도의 이인선 부지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20∼30년 후에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원전을 돌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안전한 원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긴 안목의 에너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 같은 부실한 점검, 불안한 수습, 부도덕한 은폐·조작이 원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과 반(反)원전 여론을 키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뜩이나 우려가 커진 사회 분위기에서 사고가 이어져 신뢰가 무너지면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계획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원전의 위축은 국민생활뿐 아니라 경제 산업 전반에 전력난으로 인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사설#고리원전사고#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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