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전성시대다. 아시아에서 서구권에 이르기까지 국내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대단하다. 소녀시대는 작년 12월 아이튠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동시에 앨범을 발매했다. 미국 방송국 주요 토크쇼에 연이어 출연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가수들이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2001년 가수 보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스타 육성에 주력해 왔다. 멤버 결성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캐스팅과 외국 작곡가 영입으로 해외 음악동향에 맞춰 나갔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전 세계 관객과 더 가까워졌다. 소녀시대가 세계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의 치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경영화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적당한 제품을 생산해 수출 판로를 찾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세계 모든 기업이 수평선상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생존하기 힘든 세상인 것이다.
한발 앞선 투자는 중소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민첩하게 미래 가능성을 포착하고 남들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해야 선두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웰크론은 극세사 생활용품으로 성공을 거둔 회사다. 20년 넘게 섬유사업을 하면서 수차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웰크론은 이제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설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플랜트 제조업체들을 인수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신장비업체인 삼지전자 대표는 사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철저한 사전 준비를 꼽는다. 삼지전자는 3년 전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궁지에 몰린 삼지전자는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에서 희망을 보았다. 주요 거래처들이 LTE 설비 투자를 확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구인력을 3배 이상 늘리고, 시험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 경쟁입찰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고,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지멘스와 기지국 장비를 공동 개발할 수 있었다. 삼지전자는 자사 기술로 생산한 장비를 일본 최대 통신사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출 중소기업을 논할 때 부품 및 소재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완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부품 경쟁력은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로 간주된다. 부품·소재기업들의 글로벌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세계 일류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상생협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무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 전략’을 펼친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부전전자는 제품의 70%를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부전전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돼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컨설팅을 제공받았다. 생산라인 리모델링을 거친 후 생산량이 30%가량 증가됐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 독일은 세계적인 제조업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다임러벤츠 바스프 지멘스 등 독일 대기업의 성장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전 독일 경제기술부 장관조차 “독일 경제의 힘은 중소기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세계적 음악스타의 육성도 글로벌 관점에서 시작된다. 소녀시대는 처음부터 한국 팬들을 위해 만든 걸그룹이 아니다. 기획사는 세계 음악 팬들이 공감할 만한 문화적 코드를 입힌 스타를 탄생시켰다. 중소기업 역시 세계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나름의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시대 기업 간 경쟁은 국경 없이 벌어진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업의 성장전략에 맞는 투자를 선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기회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긴 안목으로 시장 선두를 목표로 한다면 대한민국이 제2의 독일이 될 확률은 다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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