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정부, 복지 포퓰리즘 방어전선 지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정부가 어제 ‘범부처 복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내는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TF 팀장인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정치권의 대규모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증세(增稅) 또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복지, 일자리, 주거 등 실천 약속 5개와 대국민 약속 5개 등 ‘5+5’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 복지 등을 묶어 ‘3+3’ 공약을 제시했다. 재정부는 여야의 복지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연간 최소 43조 원에서 최대 67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나 신공항 증설 같은 사업을 빼고도 그렇다. 어림잡아 올해 복지예산 93조 원의 절반이 넘는다.

정치권이 재정의 부담능력과 우선순위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국민에게 복지 환상(幻想)을 심어주고 있다. 현재의 복지를 더 늘리지 않아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만으로도 정부 부채가 급증할 처지다.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권의 복지 공세가 계속되다 보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재정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면 취약계층에 돌아갈 복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소득과 관계없이 전체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느라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방과후학교 예산이 삭감된 사례도 있다. 소득이 있는 계층에 공짜 점심을 주지 말고 복지 재정을 요긴한 곳에 써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큰돈이 들어가거나 무원칙한 복지 방안을 발표하면 정부는 문제점을 분석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정부는 복지 TF를 매달 개최한다고 했지만 정치권과 국민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회의나 여는 소극적 대응으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부터 중장기 복지 구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만우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요즘 정치권의 총선 공약을 보면 한국 정치가 선동적이고 후진적인 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국경제학회 차원에서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복지 TF가 경제학회와 공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무상복지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마약과 같다. 정부 스스로도 선거 때 여당을 지원하려는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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