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뉴타운’ 같은 공약 올 총·대선서도 남발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서울에서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지구는 1300곳이다. 뉴타운 지정 면적만도 서울 전체 면적의 9%, 시가지 면적의 15%나 된다. 하지만 317곳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들 중 610곳을 실태 조사해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는 ‘출구(出口) 전략’을 내놓았다. 주민 의견을 들어 갈등이 많고 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해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원칙적으로 옳지만 매몰비용이 문제다.

지구별 추진위와 조합이 이미 쓴 돈이 수천만∼수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가 지원해야 할 전체 매몰비용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 구 예산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특정 지역에서 민간이 추진한 사업을 국민 세금으로 뒷감당해줄 수는 없다”는 방침이다. 만약 서울시가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재검토를 밀어붙인다면 더 큰 혼란과 낭비가 따를 것이다. 재개발 과정에 세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서울시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 또한 불투명하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2003년에는 ‘뉴타운총괄반장’이라는 본부 과장급 보직도 신설했다. 한나라당도 역대 선거에서 뉴타운으로 재미를 봤다. 이 사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재개발 수익이 안 나오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리한 추진으로 세입자 영세조합원 상인 등의 불만이 쌓이면서 뉴타운 관련 소송만 250건이다. 서울을 성냥갑 아파트로 채워 미관을 해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소유자 위주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재개발 정책을 수정하면서 절차를 너무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 방침대로라면 앞으로 재개발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도시는 보존돼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개발의 숨통도 열어줘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현실적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점검 없는 선거용 정책의 수립과 무리한 추진이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원 계산이 엉망이어서 관련 부처는 한숨만 쉬는 경우가 많다. 제2, 제3의 뉴타운 같은 공약(空約)이 양산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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