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기련]‘퍼주기식’ 복지경쟁 그만하고 기름값부터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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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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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선거의 해를 맞아 모든 정치세력들이 ‘퍼주기식’ 복지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상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라고 볼 수 있는 현 정부마저 복지 이슈를 통해 ‘레임덕’ 극복을 노리고 있다. 이러니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 석유위기 등에 대한 준비는 뒷전이다. 당연히 우리 경제는 정체 내지 퇴보가 우려된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0년 6.2%에서 지난해 4분기 성장 정체상태로 악화했다. 1990년대 7%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은 3%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금 근본적 개혁이 없으면 저성장의 고통이 오래 남을 수 있다. 이런 판에 실질구매력 저하 등 서민의 경제적 고통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무책임한 복지경쟁에 열중하는 정치권을 더욱 불신하게 한다.

서민 고통의 유발요인 중 가장 명백한 것은 석유 등 에너지, 원자재, 식량과 같은 민생 필수재화들의 가격 급등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4.0%인 데 반해 수입물가 상승률은 13.4%인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가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예컨대 저소득층은 연탄 퇴출 정책에 의해 난방연료로 값비싼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를 주로 사용하지만 상류층은 값싼 지역난방 혜택을 누린다는 사실을 복지논쟁 중인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년간 등유가격 상승 폭이 모든 에너지 중에서 가장 컸다. 전기료 상승 폭의 4배나 됐다. 따라서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연료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전 가구의 8%(130만 가구)에 이른다.

이러한 무책임한 사회 지배구조 아래 가장 쉽게 우리 국민복지와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방법은 없는가. 필자는 유류세 인하를 통한 국내 기름값 인하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유가가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04%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유류세 40% 인하로 유가 20% 하락이 가능하다면 물가 2%포인트, 성장률 0.8%포인트를 개선하는 것이 가능해 유럽 경제위기의 악영향을 거의 제거할 수 있다. 실질구매력 기준 OECD 최고 수준인 우리의 기름값 수준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관료에게 물어 보면 재정 건전성 유지 등 다른 얘기를 한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지금 우리의 기름값 수준은 어느 경제 주체의 희생을 통해 흡수 또는 경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자원민족주의 고조와 탐욕을 방치한 자본주의의 허점 때문에 가치 척도가 인위적 화폐자본에서 실물자산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식견 부족으로 유가 인하 이니셔티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유가 인하는 어렵지 않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등 유류세와 관세 등 부대비용이 소비자가격의 50%쯤을 차지한다. 유류세의 기본은 교통세이며 기본세율 475원을 기준으로 ±30%의 탄력세율을 적용한다. 지금은 11.4%의 탄력세율을 적용한 529원이다. 탄력세율과 관세를 하향 조정하면 휘발유의 경우 L당 300원쯤 인하할 여력이 있다. 유류세의 80%(약 15조 원)가 배정되는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자제한다면 유류세의 절반, 즉 L당 500원 정도는 인하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의 비용 인하를 유도한다면 30∼40%(600∼800원)쯤 기름값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는 며칠 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최선의 성장전략은 가격인하를 통한 에너지 접근성 제고와 국가 성장전략의 직접 연계’라는 권고에 유의하면서 유가 인하를 공약하는 정치권의 복지 약속에 대해 신뢰를 보내야 한다. 그러면 유가 인하와 함께 최소한의 경제 회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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